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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가겠다 - 우리가 젊음이라 부르는 책들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1월
평점 :
[북리뷰] 읽어가겠다
언제까지 가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물리적인 거리가 아니라 읽어가겠다는
삶을 살면서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들을 책으로 읽어가겠다는 뜻이라고 나 혼자 풀이했다. 이 풀이는 참
잘했다고 나 혼자 칭찬했다. ㅋㅋㅋ 이건 뭥가봉가.
개인적으로 소설, 특히나 범죄 소설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맨날 뉴스에서 듣는 이야기가 사기, 강도, 살인, 정치권의 삐리리한 소식인데 내가 즐겨야 하는 시간에 이런
활자를 받아들이기 싫어서 그렇다. 여튼 이건 개인적인 견해이고.
이 책은 책 속의 책이다. 옴니버스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첫 번째 소개하는 책에서 내가 좋아하는 헤르만 헤세의 크놀프가 나온다. “모든
사람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영혼을 다른 사람의 것과 섞을 수는 없어. 두 사람이 서로에게 다가갈 수도 있고 함께 이야기할 수도 있고 가까이 함께 서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들의 영혼은 각자 자기 자리에 뿌리내리고 있는 꽃과도 같아서 다른 영혼에게로 갈 수가 없어. 만일 가고자 한다면 자신의 뿌리를 떠나야 하는데 그것 역시 불가능하지.” 크놀프가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이 말에 아주 깊은 공감을 한다.
내가 남이 될 수는 없다. 남도 내가 될 수 없다. 그러기에 “난 당신을 이해합니다.”라는
말도 거짓이다. 우린 누구나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 남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친한 동료 혹은 친구라 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연락이 없어도 내 삶이 바쁘면 그 친구나 동료가 어떻게
지내는지 우리는 관심이 없다. 타자에게 무관심하면서 관심을 보이는 척 할 뿐이다.
두 번째로 눈에 띈 책은 남방우편기다. 생텍쥐페리의 데뷰작이기도 한
이 책. 묘하게 끌린다. 그래서 구입했다. 어린왕자와 몇 몇 단편이 하나로 된 책인데, 언제 올지 기다려진다. 남방우편기는 우편을 배달하는 비행기 조종사와 그들의 사랑이야기다. 주느비에브를
사랑한 비행사 베르니스의 슬픈 이야기. 베르니스가 운행도중 사망하지만,
탐색에 나선 구조대는 우편물이 있다는 소식을 본부에 알린다. 그리고는 그 우편물을 배달한다. 우리네 삶과 많이 닮아 있다.
며칠 동안 휴가를 다녀왔다고 치자. 내 일은 산더미처럼 쌓아져 있다. 또한 내가 회사에서 짤렸다고 가정해보자. 내 업무는 누군가는 한다. 현대 사회 속, 회사라는 조직에서 ‘나’라는 존재는 없다. 단지
사용자가 고용한 노동자만 존재할 뿐이다.
재미있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우주만화. 이 책 역시 샀다. ㅋㅋ 읽어가겠다는 묘하게 끌리는 책을 많이 선정했다.
“달과의 거리가 가까웠다고 하니, 그럼
옛날에는 달에 그냥 장대를 꽂아서 건너갈 수 있었겠구나”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 얼마나 발찍하고 귀여운 상상인가? 지도를 보면 나도 모르게 축적으로
시선이 간다. 저 정도 거리가 200미터이니 화면에 이렇게
표시되면 적어도 800미터는 되겠구나 라고 나 혼자 거리를 계산한다.
달도 내가 가고자 하는 곳도 그냥 거기 있었다. 내가 서 있는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 유쾌한 기분이 들 것 같다.
여러 책을 읽었지만, 이렇게 재미를 준 책은 오랜만에 만난 책이다. 2014년도 하반기 책 중 가장 흥미로웠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