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이 이끄는 삶

생각의 탐험 - 최재천 교수와 함께 떠나는
최재천 지음 / 움직이는서재 / 2016년 7월

"통섭의 핵심은 합병이 아니라 경계 완화입니다. 인문학은 인문학대로 있고, 자연과학은 자연과학대로 있으되 서로 무엇을 하는지 들여다보며 뭔가 가능한 것을 찾아가자는 것이지요." ( p 124 )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라고 한다면, 아마 이 문장이지 않을까?

최재천 교수가 이야기하는 생물다양성, 기후변화, 그린 비즈니스, 의생학, 반려동물, 남녀의 콜라보 등이 모두 통섭이란 단어로 요약할 수있을 것 같다.

우리 인간이 지구상의 종 중 가장 늦게 탄생했다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가장 뒤늦은 종이 지구를 망치고 있다. 생태계파괴로 인간도 힘들고 자연계의 종들도 힘들다. 그럼 왜 인간이 지구를 망치고 있을까? 인간은 인간이 가장 현명한 존재라고 하는데 왜 현명한 존재가 자기가 살고 있는 지구를 망치면서 살고 있을까? 과연 현명한 존재이긴 한 것일까?

여기서 자본주의에 의해 길들여지고 소유에 목숨을 거는 인간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당신이 덜 갖고 덜 소비하면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책에 나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골든룰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최재천 교수가 말하는 '담벼락'을 거론하는 게 더 좋겠다. 최재천 교수는 담벼락이 없으면 이웃이 아니라 가족이라고 했다. 단지 담벼락을낮게 만들어 서로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내 밥그릇이라고 꽁꽁 숨기는 것이 아니라 '네 밥그릇은 어떤 모양이니?', '그렇게 먹으면 맛있니?'라며 서로를 바라볼 수 있어야 공생이 되고 통섭이 되지 않을까?

인접 학문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전문이학계열석사 (PSM, Professional Science Master)'가 해외에서 속속 개설된다고 한다. 한 분야의 특화된 전문가보다 여러 분야를 두루 알 수 있는 인재가 각광을 받고 있다. 전문이학계열석사는 곧, 브릿지라고 생각한다. 고립된 섬을 연결해주는 다리. 다리가 제 구실을 하면 연결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내가 원하면 언제나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간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도 고립된 종의 특성일 수 있다. 인간이 가장 우월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인간을 자연과 교류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생각을 깨는 것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들은 수억 년 동안 그들 나름의 문제를 풀면서 지금까지 생존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존재와, 그들이 지끔껏 내놓은 해답들은 인간에게 기가 막히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됩니다. 우리는 어떤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그것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런데 이 검증 기간은 실제로 얼마 되지 않아서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도 과연 성공적일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자연에 있는 아이디어는 수억 년 동안진화를 거쳐 지금에 온 것입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실패한 것은 이미 사라지고 나름의 조건에서 성공한 것들만이 지금껏 살아남았지요." ( p 88 )

최재천 교수는 호모 심비우스로 살자고 한다. 호모 심비우스란 진심으로 환경을 생각하며 서로 공생하는 존재라고 한다.

'자연과의 통섭'을 하는 존재가 호모 심비우스가 아닐까? 소위 말하는 전문가라고 하는 직업도 자연의 시행착오 시간에 비하면 비할 수 없이 미미한 시간이다. 인간이 자연과 통섭하는 호모 심비우스가 되는 노력을 거쳐야 진정으로 '현명한 인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