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에 대한 반론 - 생명공학 시대, 인간의 욕망과 생명윤리
마이클 샌델 지음, 김선욱.이수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리뷰] 완벽에 대한 반론

생명공학 시대, 인간의 욕망과 생명윤리라는 부제목이 있는데, 딱 잘 만든 부제목이다.

예전 어느 프로그램에서 한 가수가 나와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나이가 많은데도 동안이다. 데뷰 때부터 지금까지 얼굴이 그대로인 이유가 궁금하다라는 질문에 축복받은 DNA?’라는 대답을 했다. 재미 삼아 한 말인데 샌델의 이 책과 아주 잘 어울리는 대답이다.

같은 나이임에도 어려 보이는 사람이 있고, 아무리 많이 먹어도 태생적으로 살이 잘 안 찌는 사람이 있다. 또한 공부를 그닥 하지 않아도 시험을 잘 보는 머리 좋은 사람도 있다.

그럼 여기서 이야기를 해보자. 축복받은 DNA로 어려 보이는 사람과 어려 보이기 위해 성형수술과 보톡스(내가 아는 성형의 기준으로 보톡스는 사람을 젊게 만든다. 난 성형을 잘 모르는 사람이니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주길)를 맞는 사람이 있다. 이 두 사람 중 누가 더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일까? 사람을 대하는 영업직 또는 연예인이라면 자기 관리를 위해 성형을 하는 것을 나쁘다고 볼 수 있을까? 오히려 자기 관리를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닐까?

체중이 불지 않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비만이 되면 각종 질병에 걸린다. 질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머리가 좋아 시험 잘 보는 사람은 넘어가자. 할 말도 없다.

(책에서도 말했지만) 이런 행동들이 후세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해보자. 노안인 얼굴과 조금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 거기다가 머리도 좋지 않다면 부모된 입장에서 어떤 기분이 들까? 만약 이를 제거하기 위해 유전적인 기술로 이런 DNA를 제거할 수 있다면 당신은 찬성하겠는가?

더 깊숙한(?) 질문을 한다면, 당신의 자식을 위해 이런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면 사용하겠는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조금 멀리 질문을 한다면, 이런 기술이 사회적으로 다 통용된다면 당신은 찬성하겠는가? 원래 내 문제가 가장 크지 않나? 내 자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자녀라면 나름 이성적(?)으로 생각할 테니 말이다. 책에서는 말을 하지 못하는 레즈비언 부모가 이런 유사한 방법으로 자녀를 출산한 이야기가 있다. 책의 이야기가 사회적 비난질이 쉬울 수 있지만 여기서는 제외한다.

과거 샌델의 책보다는 지적인 요구를 덜하는 책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정치와 도덕을 말하다를 읽었던 분이라면 이 책이 쉽게 읽힐 것 같다.

샌델의 책이 그러하지만, 이 책 역시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 ‘그래서 네 생각은 뭐니?’라는 물음을 한다. 이런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다. 샌델은 항상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물음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런 물음의 기반은 잡히지 않는 철학이 아닌 잡을 수 있는 철학에 기반을 둔다. 그리고 이 질문은 우리 세대에서 끝나지 않고 다음 세대에서도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기에 샌델의 질문이 즐겁기도 하다.

인간의 욕망과 생명윤리라는 제목을 보면 인간의 욕망에 의해 생명공학이 사용될 수 없다를 말하면서, 결국 생명공학이란 생명을 존중하는 윤리적 기반에서 사용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질문은 당위적인 결론처럼 그리 쉽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