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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 사랑과 평화의 철학 ㅣ 살림지식총서 469
박문현 지음 / 살림 / 2013년 9월
평점 :
묵자 - 사랑과 평화의 철학
묵자의 사상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렇다고 다른 동양철학, 특히 중국철학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니다. 서양철학에 대해서는 공부를 하면서 동양철학에 대해서는 그리 관심을 갖지 않는 나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서구화된 생활이어서 그럴까? 입고 먹고 즐기는 모든 것이 동양에서 기인하지 않고 서양의 문물을 따르니 그런 것도 있을 터이지만, 내가 스스로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다.
서양의 철학은 증명이란 생각이 든다. 'A는 B이다.'를 증명하는 것이 서양철학이라면 동양철학은 'A가 왜 A인가?'를 고민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현대는 물질로 계량화 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과학이라고 일컫는 학문은 모든 것을 숫자로 계량화한다. 계량화는 곧 숫자이다. 수학이라는 학문의 태생도 그렇고.
책에서는 묵자를 이렇게 보았다. "묵자는 전쟁을 종식시키고 복지사회로 가기 위한 '겸애론', 현실적인 전쟁을 막기 위한 '비공론'을 내놓고 그 이론을 실천한 평화사상가였다."고 묵자의 사상을 풀이했다. 묵자가 태어난 전국시대는 전쟁이 만연한 시기였다. 사람들이 죽어가는 시대에 평화를 원했음은 당연했을 것이다.
묵자는 전쟁을 나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침략전쟁을 말하는 것이지 수비를 하는 방어는 인정을 했다. 만약 침략에 대한 방어까지 나쁜 것이라고 한다면 어땠을까? 생각으로만 본다면 이런 성인이 또 있을까 싶지만, 주위 사람이 죽어가는 현실에서는 그리 녹녹치 않은 사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묵자의 사상은 당시 시대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상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철학에서 천(天)의 의미는 복잡하다고 한다. "중국의 근대사상가인 량치차오는 옛 사람들이 말하는 천을 네 가지로 나누었다. 그것은 형체(形體)의 천, 주재(主宰)의 천, 운명의 천 그리고 의리(義理)의 천"인데 묵자의 천은 주재의 천이라고 한다.
주재의 천은 의지를 가진 이격신으로 서양의 하느님과 비슷하다고 한다.
묵학의 중심사상은 겸애이다. 겸애는 하늘의 의지를 두고 있어 천지가 묵학의 최고 규범이 된다고 했다.
묵자의 시대는 봉건제도가 붕괴되는 시기였다. 귀족정치가 없어지지 않자 묵자는 상현론을 내세웠다. 상현론(尙賢論)은 능력위주의 선발이다. 이는 어느 국가나 시대나 마찬가지 것 같다. 귀족정치가 없어지기 위해서는 신분이 아닌 능력위주의 사회가 되어야 하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묵자 사후 묵학은 쇠퇴하고 만다.
우린 흔히 '난세에 영웅이 출현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영웅은 난세를 평정하고 집권자가 된다. 또 다른 지배자가 나타나는 것이지 이 난세의 영웅은 모든 사람의 이익을 대변하는 중재자를 의미하진 않기 때문이다.
묵자란 사상가를 알았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런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