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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공존 - 숭배에서 학살까지, 역사를 움직인 여덟 동물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김정은 옮김 / 반니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위대한 공존 – 시각이 달라서 새로웠던 책
개, 염소와 양, 돼지, 소, 당나귀, 말, 낙타 이렇게 총 8마리의 동물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이 8마리 동물들이 사람과 어떻게 가까워졌는지, 조상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이들이 인간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고 있다.
“동물과 인간은 같은 세상에 살면서,
몸이나 마음만이 아니라 삶 전체가 얽혀 있었다. 인간과 동물은 지배와 피지배 관계가 아닌
동등한 관계였다. 지배와 피지배는 인간이 온갖 동물을 가축화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관계다.” ( p 37 )
이 문장이 던지는 의미는 크다고 생각한다. 처음 나오는 동물은 개이다. 인간이 사냥을 해서 연명하던 시절, 늑대와 인간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었다고 한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가까워졌다고 했다. 회색늑대가
개의 궁극적인 조상이라고 한다. 그럼… 우린 늑대의 후예들과
함께 사는 건가?
책에서는 역사적 과정 뿐 아니라 각종 신화의 이야기도 한다.
“힌두교에서는 개를 천국과 지옥의 수호자로 여긴다. 도미니크 수도회의 상징인 흰색과 검은색의 개는 라틴어로 domini
canes, 즉 ‘주님의 개’라고 불린다. 고대 스칸디나비아인들은 가름 Garmr이라는 이름의 피투성이 개가
지옥의 문을 지키고 있다고 믿었다.” ( p 73 )
인간이 정착생활을 하면서 동물과의 관계도 바뀌게 된다.
“가축화는 세상을 바꿔놓았고, 환경과
동물과 인간까지도 변화시켰다. (중략) 인간은 주인이 되었고, 이에 따라 동물의 역할도 달라졌다. 동물은 개인적인 소유의 대상이자
실질적인 부의 상징인 동시에 강력한 사회적 수단이 되었다.” ( p 98 )
‘소유’란 무서운 것이다. 내 것을 더 얻기 위해 상대방의 것을 빼앗아 오거나, 더 많이 얻기
위해 노오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이 있다는 것. 이후
나오지만 당나귀는 짐을 운반했던 동물이다. 장거리 무역에서 당나귀만큼 유용한 동물도 없었을 것이다. ‘소유’가 시작되면서 이제 동물과 인간은 동반자 관계가 아닌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로 바뀌게 되었다.
이 책이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가 이런 과정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동물에 대한 애정이 들어난다.
“살인하지 말라는 여섯 번째 계명도 인간을 제외한 동물에게는 물론 적용되지 않았다. 전통 기독교의 신학적 견해는 동물과 자연에 온화한 태도를 취하는 불교와 힌두교 같은 동양의 종교와는 달랐다. 인간 중심적인 종교인 기독교는 복음 중에서 동물을 보살펴야 하는 인간의 책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 p 291 )
나 또한 육식을 좋아한다. 육식에 대한 경고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중 전지구적인 문제인 온난화도 육식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식용
고기를 만들기 위해 동물들이 먹는 곡류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렇게 많은 곡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많은
땅이 필요로 한다. 밭을 만들려면 숲의 나무를 베어버리고 밭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온난화가 가속화
된다는 주장에는 설득력이 있다.
온난화뿐 아니라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문제는 있다. 지금
동물은 돈으로 거래되고 있다. 바로 반려동물이란 이름으로 말이다. 사랑하는
대상을 돈으로 산다면 그게 사랑일까? 드라마를 많이 봐서 그런가? ‘얼마면
돼?’ 응?
책의 초반에 이런 글이 있다.
“영어로 동물을 뜻하는 animal이라는
단어가 라틴어로 ‘영혼’을 뜻하는 anima에서 유래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만하다.” ( p 32 )
각각의 동물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역사와 신화 등에서 이런
동물들이 어떻게 등장했는지에 대한 내용도 신선했다. 오랜만에 다른 시각의 책을 만나서 반가웠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