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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
백지연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북리뷰] 물구나무
‘삶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다.’라고
했다. 잘 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여도 그 사람도 고민이 있다. 살면서
고민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바로 그 고민들 또는 상처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써니’라는 영화가 있었다. 어렸을 적 친구들이 나이가 들어서 다시 만난다는 이야기. 이 책도
비슷한 내용이다. 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들의 이야기. 27년이
지난 이 친구들은 어떻게 사는지 인터뷰이 친구가 한 명씩 친구들을 만나면서 각자 친구들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사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 보이는 친구들이 있다. 저 친구는 무슨
복이 있어 저렇게 유복하게 잘살까? 부모님과 형제 사이도 좋고, 결혼해서도
마냥 행복해 보이는.
아마 이 책에서는 문희가 그런 아이일 것 같다. 아버지가 다정스럽게
잘해주시고 결혼해서도 잘 살고 있는 친구. 하지만 문희의 아버지는 친 아버지가 아니란 것을 나중에 알게
된다. 하지만 문희는 친아버지가 아님에도 자신에게 잘 대해주었던 아버지가 고마웠다고 한다.
문희의 어머니는 미혼모로 문희를 돌보고 있었다. 그런 문희 어머니에게
청혼한 총각. 당연히 거부했지만 진실한 사랑인 것을 알고 결혼했으며,
결혼 후에는 문희를 친딸처럼 잘 챙겼다는 문희 아빠.
이 부분에서는 좀 이상한 생각도 들었다. 행복의 기준은 온전히 ‘나’ 자신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인터뷰이인 민수를 통해 수경, 승미, 문희, 미연, 하정이의 이야기를 한다. 수경이, 승미, 문희, 미연이, 하정이 모두 자신만의 아픔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야기 중에는 남편에게 살해당한 하정의 이야기도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 행복이란 말은 어림없는 말이다. 가족 중에서 조금 못난이 취급 받는 하정이. 의대가 아닌 치대를 선택했음에도 낙오자(?) 같은 느낌을 받는 대목이었다. 결국 비참한 인생의 말로.
수경이 역시 그랬다. 대기업 며느리지만 동등한 대기업의 며느리가 아니어서
겪는 서러움. 있는 집안끼리의 결혼이 아닌. 즉, 딜(deal)이 아닌 결혼이 주는 먹먹함(?)
물구나무는 이 6명이 고등학교 체육시간에 물구나무를 못서서 벌을 받다가
친해졌다는 소재에서 출발했다. 같이 못하는 또는 같은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여고생에서 각자의 삶을 산 27년 후의 이야기.
우리나라 실정에서 고등학교 때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게 된다. 사회에
나와서도 고등학교 친구는 그래서 더 가깝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감정 기복이 가장
심할 때 만났던 친구들. 그래서 더 가깝게 되고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들.
요즘 회자되는 ‘기쁨을 나누면 시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된다.’라는 말에서 조금은 멀어져 있는 이
친구들.
하지만 삶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이런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고속도로를 달리다 한 번 쉬어갈 수 있는 휴게소와 같은 존재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