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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집짓기 - 마흔 넘은 딸과 예순 넘은 엄마의 난생처음 인문학적 집짓기
한귀은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엄마와 habitat
나이가 들면서 아파트처럼 누가 만들어준 집이 아니라 직접 집을 지어 살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보면 기존 집을 리모델링하여 지붕이 정원이 되는 휴식의 공간이 탄생한다. 정형화된 생각에서 벗어나 집이라는
공간이 꿈을 꾸는 공간이 되니 이 얼마나 멋진 건축의 기술인가. 저자는 인문지리학자 이푸 투안의 공간과
장소의 구별을 설명했다.
“공간(space)이 한 개인에게 무의미한 곳이라면, 장소(space)는 한 개인이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 곳이다. 가령,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어떤 사건이나 감정과 연관되어 있는 곳은 공간이 아니라 장소이다. 그래서 삶은 장소 만들기의 과정이다. 자기만의 안온한 장소가 있는
사람은 행복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이 장소는 여러 곳이 될 수 있으나 이 책에서는 집으로 한정해 둔 것 같다. “물리적인 주택(housing)과 달리 집(home)은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개발하고 그 사람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갈 수 있는 장소이다.” 이 문장만큼 집(home)에 대한 확실한 정의가 있을까 싶다.
우린 가끔 편안한 장소를 발견하곤 한다. 사랑하는 연인과 같이 갔던
곳 혹은 가족들과 함께 여행했던 곳 이것도 아니면 그냥 혼자 편안함을 느꼈던 곳. 이런 곳을 장소애(topophila)를 느끼는 곳이라고 보면 맞을 것 같다. 장소애는
장소(topos)에 대한 사랑(phila)을 뜻하니까. 그러고 보면 우리의 감정이 소용돌이친 것이지 장소는 장소 그대로 있었던 곳이다. 우리의 감정으로 장소에 대한 사랑을 색칠한 것뿐이다. 가끔 이 색칠은
현재 나의 색과 겹쳐지기도 한다. 그래서 심적으로 불안정을 느낄 때 내가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꼈던 장소를
찾지 않나 싶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간혹 주인공이 없어진다. 아무런 단서도
없는데 주인공이 어디에 있는지 유추해서 찾아낸다. 그 곳은 주인공이 자신의 마음으로 색칠해 놓은 곳이다. 사랑스러움의 색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색도 있다. 하지만 그 곳은
그가 의미를 부여하고 색을 칠해 놓은 곳이다.
이러한 장소정체성을 가장 근본은 집(home)이다. 집은 우리가 생활하는 가장 근본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린
집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드믈다. 없으면 안되지만 없어졌을 때 소중함을 찾는 뭐 그런 느낌이랄까?
집은 물리적인 공간이다. 그럼 가정은 물리적인 공간일까? 정신적인 공간일까? 가정은 “한
가족이 생활하는 물리적인 공간”이라고 한다. 같은 단어인데
뉘앙스는 좀 다른 것 같다. 가정관리학과는 있는데 집관리학과는 없지 않은가. 가정은 물리적인 공간인 집에 가족 구성원의 생활(의식주)를 합쳐놓은 느낌이다. (물론 이건 나만의 생각이지만)
살아가기 위한 공간이다. 살기 위한 공간이다. 그렇다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편안함을 느끼고, 가족 구성원 모두를
위한 배려 깊은 집이 되어야 하겠지? 집을 만든다면 아파트 같은 수직적인 공간이 아닌 가족 모두를 위한
수평적인 삶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