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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양장) ㅣ 소설Y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평점 :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소설, 눈 앞에 펼쳐지는 판타지 드라마! <나나>를 읽으면서 그동안 마주했던 창비 청소년소설들이 스쳐 지나갔다. 완득이, 아몬드, 유원, 위저드 베이커리, 용기없는 일주일, 내일 말할 진실 등등. 스토리와 주제가 모두 다르지만 어쩐지 창비스러운 감성이 맞닿아 있어서 난 이번 여름 창비 청소년문학을 즐겨 봤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만나니 뭔가 더 반가운 느낌이 가득했다. 게다가 이 책이 출간하기 전에 작가이름도 알기 전이였기에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것은 덤이였다.
글을 모두 읽고 서평을 쓰려고 자료를 찾아보니 역시 신인작가의 글쏨씨가 아니였구나 싶다. 이 책의 작가는 무려 믿고 읽는 창비청소년문학 제12회 수상작 <페인트>를 만드신 이희영 작가였다. 역시나 기발한 아이디어로 청소년의 깊은 생각과 느낌을 꺼내놓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재주가 탁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책은 완벽을 추구하는 열여덟 여고생 한수리와 조금은 무거운 마음의 짐을 지고 마냥 착하고 부모님의 관심이 고픈 열일곱 남고생 은류가 교통사고 이후 영혼이 육체를 이탈하면서 영혼사냥꾼 선령을 만나며 보내는 일주일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우리는 흔히 '영혼이 없다', 'soulless', '넋이 빠졌다' 등의 단어를 쓰기도 하는데 한걸을 떨어져서 자신을 바라본다는 작가의 주제 선정의 기발함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영혼과 육체가 분리된다는 테마는 사실 여러 매체를 통해 다루어졌기 때문에 완전히 새롭다고 느낄 순 없었다. (기발함과 새롭지 않다는 모순적이겠지만 이 두가지의 양가감정을 느끼며 책을 보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은 신선하진 않지만 기발하고 참신하다 여기진 않지만 엉뚱하다.
뭐든지 완벽을 추구하는 모범생 한수리에게 영혼이탈은 엄청난 문제로 다가왔다. 육체 곁을 지키며 자신이 지금껏 가꿔온 삶이 혹여나 흐트러질까 조마조마하다. 반면에 육체를 잃은 것이 불행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며 자신의 육체를 거들떠 보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면서 자기 스스로 자신의 육체를 통제할수 없는 한수리는 오로지 자신이 잃어버린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자신의 육체가 벌인 수행평가의 부정행위를 보곤 거짓을 저지른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이미지가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그녀는 스스로에게는 조금의 자비도 허락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한다.
반면 은류는 태연하고 조금은 답답하게 자신이 잃어버리는 것을 애써 외면한다. 그러다 어릴적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태어날때부터 아팠던 동생 은완이로 인해 빨리 철이 들었던 지난 날의 기억 속에서 영혼의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두명의 대비되는 영혼을 보며 작가는 독자에게 각자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길 원하는 마음을 글 속에 담아두었다. 영혼과 육체의 두꺼운 벽, 즉 결계를 만든 장본이는 자기 자신이고 또 그 결계를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깨어 버릴 수 있는 것도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메세지가 바로 그것이다.
창비 청소년소설은 청소년이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세지가 뚜렷해서 좋다. <나나>가 전달하는 포커스도 정확했는데 내가 느낀 책의 메시지를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살아가면서 평생 자신의 뒷모습을 보지 못하고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는 나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낯선 존재가 아닐까 싶다. 자신의 세밀한 감정과 내면을 바로 보기 위해 한 걸음 다가서고 또 전체적인 내 삶을 펼쳐보기 위해 한 발짝 뒤로 물러설 수 있도록 권유하는 책, 이희영 작가의 신작 <나나>가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다.
‘너 스스로가 영혼을 아프게 했을 때도 싫었냐 묻잖아‘
나는 지금껏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왔을까? 세상 누구보다 나를 잘 안다 믿었는데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지도 몰랐다. 열여덝 한수리가 누구인지, 무엇이 그 아이를 가장 힘들게 하는지 말이다. - P117
자기 자신에게 살뜰하게 인사도 하고 반갑게 맞아주고. 너 지금까지 한번이라도 그래 봤어? 스스로에게 다정하게 안부라도 물어봤냐고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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