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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 다이어리 ㅣ 창비청소년문학 32
표명희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평점 :
이 소설은 첫 부분이 참 의미심장하다. 무심코 읽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맨 앞 페이지로 다시 돌아가... 그런거였구나 생각했을 정도로. 이 소설은 참 색다르다. 대인기피증이란 특별한 주제를 다루었는데도 요즘 청소년의 고민을 잘 담아낸 느낌이다.
대인기피증 온라인 카페 <세상속으로> 채팅방에서 활동하는 빔과 앨리스 패로디 등이 나온다. 앨리스는 시선공포증 환자이며 모든 것을 내탓이라고 돌리는 성향이 있다. 엄마는 쇼핑중독이며 쇼핑을 할때마다 다른 것을 또 사야만 하는 쇼핑물품을 사온다. 앨리스는 왜 시선공포증이 되었을까?? 언제나 1등 하는 친구가 있다. 2등을 한후 앨리스와 잠깐의 일탈은 맛본뒤 그냥 잊혀져 간 친구이다. 어느날 꼭대기 옥상에서 시커먼 그림자를 느끼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앨리스의 무관심과 지키지 않은 약속으로 '잘있어. 친구'란 말을 남기고 추락하는 아이의 눈과 마주친 것이다.
빔은 심각한 우울증 엄마와 살며 학교를 그만두고 방안에서 영화 3천편을 도전하기 위해 영화를 본다. 그런 빔이 어느날 앨리스를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할리데이비슨이란 멋진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하자마자 경찰에게 걸려 무면허, 미성년자라는 현실을 알게 된다. 바이크족과 질주와 폭주도 하고 pc방에서 지내면서 고물상 손자 찬우도 만난다. 빔은 여행을 하며 사진을 찍으면서 세상과 조금씩 소통하게 된다.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다니면서 왜 엄마가 이런 고급 오토바이를 집앞에 세워두었는지 알게 된다. 빔이 세상밖으로 나가게 하는 유혹거리였다.
대인기피증 온라인 카페 <세상속으로> 채팅방에 서른 일곱명의 접속자가 있다. 서른일곱개의 모니터가 주인공인, 각자 모니터 하나씩을 차지하고 있는 서른 일곱명 외톨이들의 일상과 지난 날의 기억을 쫓아가는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어한다. 적어도 서른 일곱개 모니터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경험으로 생생하게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p41)
앨리스는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학교로 돌아갔다 다시 부적응하고 돌아온 패로디와의 오프라인 약속이 취소되면서 아직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안다. 앨리스의 절망감. "나도 완전히 극복했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착각이었어."
그래서 앨리스는 빔과 P도시로 가지는 약속이 두렵기만 하고 오지마라고 말하고 접속을 끊어버린다. 빔은 생각한다.
현실을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한 것이다. 앨리스와의 대화가 순조로웠던 것은 온라인이어서 가능했다. 그동안 앨리스와의 대화는 모니터상에서 주고 받은 글자에 불과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H20라는 화학식 기호를 한잔의 물로 접하는 것과 같은 차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P140)
빔은 여행을 통해 성장했다. 그리고 앨리스와 엄마가 아닌 자신을 위해 한발 씩씩하게 내딛을 것 같다. 물론 잘못 디뎌서 다칠 수도 있지만 한발 한발 세상속으로 나갈 것이라 나는 믿는다. 세상속으로 나오고 싶은 아이들의 성장통을 난 지켜보면서 가슴이 참 뻐근하고 아팠다. 가끔 티비에서 '오프로드 다이어리' 주인공 같은 사람이 나오면 은둔형인간이라고 판단하고 그냥 사람과 관계를 맺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왜 사람과 기피증이 생기게 되었는지 천천히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