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주옥같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순례자의 집'이 마음에 든다.

[그 죽은 남자와의 만남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일이 오래전부터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 딴 길로 우회하기도 하고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도 했지만 나는 그 순간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하나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숙명을 거부할 길이 없었다. 인도인들은 죽음이란 특정한 장소와 특별한 시간의 만남에서 일어난다고 믿는다. 아마도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그럴 것이다. 아침 태양 아래 환영처럼 빛나는 데오티바 히말라야를 뒤로 하고서, 나는 또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그것은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또다른 숙명적인 일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에 다름아니었다. 누구나의 삶이 그러하듯이.]

삶은 몇발자국 앞에도 뒤에도 없다. 삶은 지금 이순간 내딛는 걸음 그 자체이다. 이순간에 원하는 것을 얻어라. 이순간에 집중하고 한걸음 한걸음 내딛어라. 모든 일들이 지금의 나를 위한 것임을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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