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꽃 1
스에츠구 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경고하는데 <에덴의 꽃>은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만화가 아니다. 문제는 여주인공의 성격인데 미도리는 부모님를 사고로 잃은 뒤 입양된 집에서 학대를 당하는 바람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고 학교정원을 가꾸는게 유일한 낙인 미도리.그런 그녀 앞에 갑자기 두명의 특별한 남자, 오빠와 남자친구가 나타난다. 그들은 미도리의 상처를 지유해주고 마음을 나누려 하지만 미도리가 거부하기 때문에 마찰이 생기는데, 마찰이라고 해도 그들이 그녀의 반응에 화를 낸다거나 하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고 (화를 낼만도 하건만) 미도리가 사람들을 신용하게 되기까지의 힘겨운 부화과정을 말한다.

소극적이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난 사회인이 되고 난 후 매끄럽지 못한 인간관계 때문에 적잖이 고민했는데 그래서인지 고지식하고 융퉁성없는 미도리의 얘기가 남의 얘기처럼만은 안 들렸다. 미도리는 ‘집단이 나를 거부한다면 내가 떠나마’ 라는 식인데 과연 어디까지 그렇게 도망칠수 있을까? 도망 칠수만 있다면야 얼마나 좋겠 냐만은 인간 사회는 매 한가지기 때문데 결국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아갈수 밖에 없는것 같다..

다케오도 말했잖은가 “ 한 가지 가르쳐 줄까? 샌프란시스코도 천국은 아니었어. 아담과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따먹고 에덴에서 쫓겨난 그날부터 우리에게 낙원은 없는거야. 어디에도 없어. 말하자면 그런거야. 네게..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 거지는 모르겠지만 ‘여기가 아닌 어딘가’ 따윈 없을 뿐더러 ‘이런 내가 아닌 나’도 없어 . 여기서 좀 더 노력해 보는게 어때?”

의미심장한 대사로 (예사롭지 않은 제목과도 관계가 있는것 같다)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좋은 약이 될것 같다. (아담과 이브과 죄를 안지었다면 좋았을 텐데 ㅠㅠ) 주위 사람들의 배려 속에 변해가는 미도리의 모습은 7권에 대사에 잘 나타나 있다. “한번의 실수로 모든게 끝장이니? 아무리 후회한다 해도?” (현실에선 그럴수도 있겠지 ==)

무겁고 심각한 내용인건 틀림없지만 <에덴의 꽃>은 점점 마음을 열고 밝은 모습을 되찾아 가는 미도리를 통해 노력하면 나아질수 있으니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전한다. 성폭력, 근친상관(?), 삼각관계등 온갖 악조건를 두루 갖추었지만 미도리의 음침한 성격이 주위 사람들의 극진한 사랑에 힘입어 밝아지는걸 보면 왠지 희망이 솟으니까.또한 확실히 재밌고 곳곳에 코믹요소 또한 녹아있으니 한번 봐도 좋을듯 싶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장면 연출이 매우 뛰어난데 드라마틱한 close-up 등은 영화 못지 않게 효과적이다. 미도리가 자퇴서를 내고 교정의 장미화단을 가로질로 달아나는 뒷모습, 최근에 나온 7권 마지막에 피로에 지쳐 고개를 떨군채 요시타케에게 인사를 건네는 다케오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였다.정말 마지막으로 딱 한 마디더 비평을 보탠다. 도대체 그림 그리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할 정도로 꼼꼼하고 완벽한 그림체지만 좀 더 유연한 그림체를 좋아하는 내겐 그 완벽함이 오히려 한계로 느껴지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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