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스리는 83가지 지혜
이정당 / 이목 / 1997년 7월
평점 :
품절


요즘 하도 많은 자기개발서가 쏟아져 나와 출판사에서 ‘이런 종류의 책은 더 이상 팔리지 않는다’며 외면한다지만 이 종류야말로 두고두고 볼 가치가 있는 인생의 지침서에 해당하길래 간간히 사 모은다. 소장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우선 책의 한 부분을 골라 읽고 괜찮다 싶으면 전체를 훑어보며 탐색하고 그러기를 몇번 반복하다 구입하는게 나의 습관인데(물론 충동구입 할때도 있다. 만화책은 쉽게 사면서 정작 유용한 책을 살땐 이런 잣대를 엄격히 적용하는 편인데 왠지 애인은 아무하고나 사귀면서 결혼상대를 고를땐 지나치게 까다롭게 구는 심리와 비슷한것 같다 ==?;;)

이 책도 그런 간택과정을 거친 후 내 책장에 꽂히게 됐는데 동양철학에 대한 나의 의구심을 말끔히 씻어내 버렸을 뿐 아니라 책속의 지혜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해 닿는걸 미리 걱정할 정도니 탁월한 선택이였음이 틀림없다. <나를 다스리는 83가지 지혜>란 제목에서 짐작할수 있듯이 이 책은 83가지 중국의 고언을 각 장의 주제로 내걸고 거기에 적합한 고사를 예로 들어 이해를 돕는다. 이런 종류의 구성은 다른 책에서도 많이 봤지만 이 책은 몆가지 점에서 정말 탁월하다.

우선 책 차체의 구성과 저자의 서술방식이 빡빡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은 반면 내용은 알차다. 단지 관련된 에피소드를 늘어 놓고 해석은 양념정도로 밖에 보태지 않은채, 마치 ‘교훈은 독자 스스로 찾으시요’라는 식의 성의없고 부실한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고언 하나하나를 적절한 여러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여러각도에서 볼수있게 해줄 뿐 아니라 (독자의 경험부족으로 핵심내용을 이해할수 없을 땐 여러 각도에서 조명해 주면 어느 정도 감은 잡을 수 있다) 해석이 무척 명확하다. 저자의 비범한 통찰력을 느낄수 있다.

또한 저자도 지적했듯 수동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졌다 생각했던 동양의 철학이 사실은 굉장히 실용적인(?) 학문이란 것도 알게 됐다. 독하다(?) 싶을 만큼 추진력을 강조하는데 예컨데 공자가 공부의 목적에 대해 이르기를 “널리 두루 배우고, 상세하게 가르침을 청하며, 신중하게 생각하고, 분명하게 판별하여 확실하게 실행한다. 배우지 않음이 있을지언정, 배운다면 능하지 않고서는 그만두지 않으며…실행하지 않을지언정 실행하면 실제적인 성과가 없고서는 그만두지 않는다’고 했다. 공자가 얼마나 실리를 추구하는 사람이였는지는 그의 인생여로를 살펴보면 알수있는데, 원래 정치권에서 자신의 이상을 펼칠수 있기를 바랬던 공자는 어지러운 현실속에서 그의 꿈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이르자 교육자로 진로를 수정해 자신의 이상을 설파했다.

이 책의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싶어 책 껍질안을 봤더니 딱 두줄만이 가로로 쓰여져 있다--이 책을 쓴 이정당은 성현의 철학을 대중적으로 해석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중국사화과학원’ 연구원이다…..과연. 내가 느낀 바 그대로다. 보니 책이 절판되었는데 ‘나는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란 생각과 함께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접할수 없다는 사실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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