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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윤슬 지음 / 담다 / 2024년 3월
평점 :
모든 이야기는
그렇듯 그 시작이 어렵다.
창작, 기획
또는 현실성과 시의적절한 메세지를 기대하기 때문.
나의 이야기조차 타인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그것은 그저 '나의 이야기'에 불과하기 때문.
그럼에도 누군가는 글을 쓴다.
누군가는 이야기를 위해 글을 쓴다.
"불쑥 느닷없이 찾아오는 불안의 숨겨진 표정이 무엇인지,
불안이 미래와 어떤 대화를 주고받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열심히 노력하는데, 불안할 수 있어요." - p.27
이야기는 다양한 감정을 내포한다.
그 중 가장 적극적으로 수면 위에 나타나는 개체는 바로, 불안.
작가는 "불안을 삶의 동력으로 인정하였다"고 했는데
아마도 그녀의 이야기는 거기에서 시작된 것 일터.
"호기심은 삶이 철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p.46)
그런데 불쑥, 마음에 어떤 증폭을 일으키는 것들이 호기심이라면
이 호기심은 불안을 비롯한 다양한 감정들을 내면에 일으키고
아마 이것은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될 것이다.
"무기력한 기분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p.59)
이야기를 담아내는 에너지는 가끔 심연 속으로 가라 앉는다.
글을 좋아하는 이들은 이 허무감을 글로써 달랜다.
또는 음악이나 등등 다양한 요소로 내 인생 저변을 감싸고 있는
공기, 기운을 변화시키려고 해본다.
아마도 말이다.
이럴 땐 우리의 호기심이 이야기의 진정성을 다소 흐리게 하는 까닭이 아닐까 싶은 것이
만약 내가 글을 쓰고 있다면, 꽤 수동적이고 이질적인 단어나 문장들이 늘어나는 순간을
경험한 이유에서라고 생각하기 때문.
"나를 알아야 나를 넘을 수 있어요"(p.73)
작가는 말한다.
단순하지만 너무 어렵고 매서운 말이다.
"'나의 인정 욕구는 어디에서 출발했을까?'"
"제가 알아낸 것은 '열등감'이었습니다." -p.74
「어떤 모습이든 무엇으로 살아가든 자기만의 방식이 있고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하나하나의 순간이
저마다 화양연화이지 않을까.(p.85)」
위 문장들처럼
조금 끈질기게... 아주 조금만 더 끈질기게 나를 알아가고, 스스로에 집중하는 시간을
지내오면 분명히 변화는 생긴다.
'오늘을 산다, 불확실성과 유연함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진다' 저자의 방법이다.
나의 경험에서... 고민해보면
'완벽하지 않아도 마주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않는 것'
저자는 사실 '글쓰기에 진심인, 여전히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위해' 이 에세이를
출간한 듯 하다.
글을 쓴다면, 책을 낸다면 나 자신을 위로하고, 때로 위안이 되는 글묶음 하나쯤은
세상에 소중히- 내어 놓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글쓰기는 깊이를 탐구하는 여정입니다."
"책 만들기는 이러한 글쓰기의 여정을 하나로 모으고 완성하는 행위입니다." -p.183.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은 이러한 여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내가 나이기 위해 글을 썼고
세상과의 보폭을 유지하기 위해 글을 내지만
결국 이야기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모두가 될 수 있다는.
오히려 그래야만 한다는 진실한 에세이.
참 예쁜 단어로 빼곡히 적힌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은 모든 '시작'을 비롯한 '과정'과 수 없는 '결말'을 응원하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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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증정에 따라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