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하우에서 온 편지
앤 부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책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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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하우에서 온 편지> 앤 부스 지음/김선영 옮김/ 한솔수북. 

 

 "나는 이 녀석이  총에 맞는 게 싫어. 어떤 녀석이        라도 총에 맞는 건 싫어. 이번에는 다를거야. 우리가 지킬 거니까. 제시, 그렇지 않니?"

7쪽이 시작이었고, 할머니가 한 이 말은 14쪽에 나옵니다. 책을 받자마자 펼쳐 읽다가 이 뒤부터 읽을 수 가 없었습니다. 어떤 아픔이 나올지 두려워 두 주를 꼬박 묵혔습니다.

 

2014년 작입니다. 2015년에 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서지사항을 보면서 원작 출판국이 표시되지 않아 순간 당황했습니다. 내용으로는 유럽쪽이고, 카네기상 후보라는 거보니 영국 맞나봅니다. 

 

만약 할아버지가 친일파라고 밝혀지고, 옆 집 아들과 건너집 아저씨를 독립 운동을 돕는다고 잡아 가두고 고문하다 결국은 죽게 만든 사람인 걸 안다면, 당신은 어떠할까요? 내 언니가 같은 반 친구들을 왕따시키고 옆집 다운증후군 아저씨를 괴롭힌 장본인거나 그 일당인 것을 부모님이 모르고 계신다면 이를 밝힐 수 있을까요? 작가는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데뷔 소설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아주 친근하고 따뜻한 강아지와 할머니를 통해, 독일이 가진 아픔을 가만 가만 들춥니다.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진 할머니는 당신의 가장 아픈 시절로 돌아갑니다. 어려서 무엇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던 작은 소녀였지요. 할머니의 어린 시절 이야에선 믿었던 지도자의 진짜 모습에 어쩔 줄 몰라했을 작은 개인이 보입니다. 

 

그 믿음과 거짓 때문에 할머니는 스스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부정하며, 지금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려고 합니다. 손주들은 그런 할머니를 이해하고 수용하기까지 수수께끼 같은 시간을 보내지요.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해하고 용서하고 껴앉는 시간을 통해, 과거도 현재도 화해합니다. 

 

장애인이나 노인을 먼저 죽인 나치와 히틀러에게 '순종'이 왜 중요한지를 이해해줘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네요.하얀 장미의 의미가 새롭게 옵니다.아이들과 인간의 부끄러운 현대사, 희망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작품 속에서 그림과 베델하임, 동화가 주는 세상 공부를 만날 수 있어 고마왔고, 배려 깊은 선생님을 볼 수 있는 것도 감사했습니다. 제시는 동화쓰기 숙제에서, 할머니가 힘겨워서 차마하지 못했던 말들을 담아낸답니다. 

 

마리아는 너무나 무서웠어요. 만약 아주 사소하더라도 착한 일을 한다면, 자신도 사라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든요. 아무 잘못도 없는 수백만 명이 고통에 시달리다 죽음을 맞았어요. 그 때 마리아는 깨달았어요. 자신은 하나도 용감하지 않다는 걸. 나는 지금 우리에게 들려오는 동화가 걱정스러워요. 옛날 옛적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야기예요....나는 마리아가 믿었던 동화를 말해야만 해요. 그래야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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