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냥 나야 알맹이 그림책 48
김규정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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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 울 뻔했다. 30초도 걸리지 않는 시간, 책장을 다 넘기고 바로 쓰기로 했다.

 

표지의 낙서 같은 그림들을 보며, ‘난 그냥 나야라고 주장하는 아이는 사내 녀석일 거라고 예상했다. ‘자동차, 물고기, , 관찰의 대상일 꽃, 야구공. 틀림없어!’ 앞표지를 넘기니 면지에는 온통 물음표다. ‘그래, 나를 아는 건 죽을 때까지 해도 모를 일이지. . 괜찮은 걸!’ 또 한 장을 넘기니 보이는 헌사-‘세상의 모든 나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며.’ 왜 당황스러웠을까? 충분히 예상되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또 그림책은 나에게 훅하고 들어온다.

 

따박따박, 금박으로, 쓰러지지 않게-다시 말하면, 아주 안정적인 피라미드 모양으로 놓은, 다섯 글자의 선언. 제목, ‘난 그냥 나야.’ 이 아이는 아주 당돌하고 단단한 아이인 모양이다. 앞표지에 모여있고, 속표지에 늘어놓은 사물들은 아이의 장난감이 아니었다. 모두 인 세상의 존재들이다.

 

본문에 다시 들어갈 마음은 없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속표지의 그림만 바라본다. 그림은 잘 모르지만 이건 다색 판화다. 종이 판화일 수도 있고, 젤판화를 썼을 수도 있겠다. 같은 그림을 많이 찍어낼 수 있어 선택하는 기법인 판화로 하나 뿐인 존재들을 찍어 그린 작가의 마음은 무엇일까 묻게 한다.

 

오로지 하나의 존재로 또 하나의 존재와 대비시키며 있는 이유를 드러낸다. 단순함이 보여주는 단호함에 작가의 바람처럼 위로를 받는다. 나를 증명하기 위해 남을 설득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던 까까머리 남자가 떠오른다. 나는 나를 라고 말하기까지 얼마를 살아야 했는지.

 

주눅 들고 스스로 못났다고 여기는 어른이들에게 주고 싶다. 자신의 아이에게 넌 너로 괜찮아’, ‘넌 너로 충분해라고 말하고 싶지만 꺼내지 못하는 엄마들이 봤으면 한다. 큰딸로, 장남으로, 아내로, 남편으로, 엄마로, 아빠로 사느라 내가 누군지 잊었던 세상의 친구들에게 건네고 싶다. 멋진 작가를 만났다. 그림책도 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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