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는 윗날개를 서로 비벼 사랑의 시를 읊는다. 한쪽 날개의 표면에 마치 빨래판 또는 손톱을 다듬을 때 쓰는 줄과 같이 오톨도톨한 부분을 다른 날개의 가장자리로 문지르며 음악을 연주한다. 그리도 단순한 악기를 가지고 어떻게 그처럼 화려한 연주를 할 수 있는지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여치와 베짱이들은 날개의 가장자리를 뒷다리로 긁으며 역시 화려한 서정시를 쓴다. 뒷다리 안쪽에 작은 돌기들이 줄지어 나 있는데 그걸 긁어 소리를 만든다. 돌기의 크기와 수는 물론 그들이 어떻게 배열되어 있느냐에 따라 음정과 박자가 달라진다.
귀뚜라미와 베짱이가 현악기를 사용한다면 매미는 타악기를 두드린다. 그런가 하면 개구리, 맹꽁이, 두꺼비들은 관악기를 분다. 소리 주머니 가득 공기를 들이마셨다가 서서히 내뿜으며 사랑가를 부른다. 관악기 중에서도 특히 스코틀랜드의 백파이프와 가장 흡사하다.
최재천 -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중, '동물들은 모두가 서정시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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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세상이 다 부러워 하는 서울대생이네. 물론 자네의 노력으로 들어온 곳이지만 한편으로는 자네의 복일세.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말일세.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월등한 능력을 부여받았고 누구보다도 성공할 가능성이 많은 사람이 아닌가? 그런 자네가 거짓말도 불사하며 나만의 이득을 위해 산다면 저 바깥에 있는, 자네보다 훨씬 덜 가진,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자네만큼 잘 살 수 있는 희망이 없는 사람들은 이 세상을 어찌 살라는 말인가. 능력 있고 복받은 자들이 더 가지려고 움켜쥐면 이 세상은 날로 어두워질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가진 자의 거짓말은 그 죄과가 그만큼 더 무거울 수 밖에. 나와 한 가지만 약속을 하면 이번 일은 없었던 걸로 하겠네. 지금 이 순간부터 죽는 날까지 오로지 정도(正道)만을 걷겠다고 나와 약속하게. 그래도 자넨 절대 굶어 죽지 않을 걸세."
최재천 교수가 리포트를 베낀 학생에게 한 말. 진정한 스승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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