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37. 산 정상에 서서 드넓은 풍경을 바라보며 새삼 내 마음이 얼마나 작은지 실감했다. 동시에 이렇게 쉽게 마음이 달라질 일인가 싶어 웃음도 났다. 요지부동이던 생각을 흔들어 유연하게 바뀌도록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한 일이라곤 ‘고작‘ 산에 가서 넓은 시야로 풍경을 보고 온 게 전부였다. 그러나 나중에 일어난 일을 생각해 보면 결코 ‘고작‘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을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행동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른 공간에 서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흔히 ‘입장이 다르다‘라는 말을 한다. 입장立場은 ‘서다立‘라는 말과 ‘장소場‘라는 말이 합쳐서 이루어진 단어이다. 이 말을 있는 그대로 풀면 ‘장소에 서 있다‘는 뜻이다. 서 있는 곳이 바뀌면 보는 것도 달라진다. 산 위에서 보는 풍경과 산 속에서 보는 풍경이 다르듯, 내가 어떤 장소에 서 있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지는 것이다. ‘입장‘을 실제로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관점의 바탕을 이루는 기본 테두리의 생각‘ 혹은 ‘직면하고 있는 형편이나 상황‘이라고 뜻풀이가 되어 있다. - P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