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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아이들
허예슬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어떤 학자의 정의처럼 '주변인' 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청소년들은 그 개개인의 특성과 장점을 인정받기 보다는 오로지 엘리트가 되기를 강요받고 있다. 개인의 행복한 삶은 사회적 지위와 비례한다는 계층의식이 만연해진 까닭이다. 날이 갈수록 청소년의 자살 비율이 높아지고, 그 이유가 성적비관이나 학교 부적응 등 개인의 내적 갈등이 아니라 외보의 요인 탓임이 분명한 데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청소년에게 엘리트이기만을 요구한다.
허예슬 양의 「고슴도치 아이들」은 자살을 시도한 다섯 명의 아이들의 상처와 그 치유과정을 담은 성장 소설이다. 여타 성장 소설과는 달리 어른들의 시선에서 쓰는 추측성 소설이 아니라, 작가가 그들과 눈높이를 나란히 하는 청소년층이기 때문에 등장인물을 더욱 실재적으로 그려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소설 주인공인 소애는 16살의 평범한 소녀로, 자신을 ‘middle'이라고 표현할 만큼 잘하는 것이 없다고 여겼고 그로 인해 생긴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견디지 못해 자살을 했다. 엘리트주의의 피해자인 셈이다.
그 외에 깡패 짓을 하다 조직의 두목이 제 이름 앞으로 빌려 쓴 사채 빚 때문에 강물로 뛰어든 19세 소년 재희, 학비를 벌기 위해 매춘부 일을 하다 화장품을 마시고 자살한 18세 소녀 지빈, 왕따를 견디지 못해 집에서 목을 매단 17세 소년 용훈, 그리고 자신을 괴롭히던 학생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 16세 소녀 송이가 나온다.
다섯 명은 서로 자신의 상처를 꺼내 보이며 날을 세우기도 하고 위로 받기도 한다. 함께 모인 어느 환상적 공간에서 나가는 출구를 찾는 동안 그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자살을 선택했던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판단에 이르고 그 공간을 빠져나온다.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들을 그리로 이끈 것이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이는 자신의 삶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택하는 청소년들에게 던지는 작가의 메시지가 아닐까? 초․중․고 학생들의 최근 자살률이 끊임없이 높아지고 있고, 각 청소년 기관에서 실시하는 기관에 따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 번 쯤은 자살충동을 느꼈다는 결과가 있다. 우리는 청소년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 가시가 매끈한 털이 될 때까지 부드럽게 쓰다듬어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책의 제목처럼 청소년들은 자신이 상처 받는 것에 두려워 날을 잔뜩 세우고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문장력이나 내용의 전개에 있어 작가의 연령이 어리다는 점을 고려해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작가가 전문적으로 문예창작과 관련한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리라 본다.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 더욱 성장한 작가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