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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몰바니아로 간다 - 지도에 없는 나라로 떠나는 여행 안내서
산토 실로로 지음, 전지나 옮김 / 오래된미래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속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두 시간 정도 미친 사람처럼 낄낄거리게 될 거라더니, 웬걸 책을 읽는 동안 씁쓸한 웃음만 내내 입가에 머금다가 말았다. 벽을 치면서 혹은 방바닥을 구르면서 웃게 될 거라는 유머는 그저 저급한 화장실 문화에 버금가는 억지 우스갯소리일 뿐이었다. 차라리 적나라한 화장실 유머나 되면 속시원하게 욕지거리 지껄여가며 흔쾌히 동조라도 해주지. 젠장!
<우리는 몰바니아로 간다>는 허튼 말장난과 가상국가 몰바니아로 대표되는 제 3세계(난 이 단어조차 싫다. 마치 지들이 주류인 양 가지지 못한 이들을 향한 손가락질인 것만 같아서)에 대한 일그러진 냉소로 가득한 책이다. 가진 자들의 지긋지긋한 오만을 이 책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아주 지겹도록 자주.
그럼에도 중간에 차마 책장을 덮지 못한 이유는 한 번 붙잡은 책은 끝장을 보고 만다는 평소 신념과 가끔, 아주 가끔 들여다보이는 신랄한 조소가 그나마 지겨움을 덜어주었기 때문이다. 론리플래릿을 고대로 흉내낸 그 아까운 재주에 별 2개를 아낌없이 주는 바이다.
덧. 책에 수록된 사진들을 보면서 풍경사진은 그렇다치고, 저자가 인물사진들 속의 그 많은 사람들로부터 초상권에 대한 사전 이해를 어떻게 받아냈는지 의문이었다. 그들은 본인들의 사진이 풍자와 해학과는 거리가 먼 한낱 우스꽝스런 광대처럼 이용된 것을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