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
조은 지음, 최민식 사진 / 샘터사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일생을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그들의 척박하고도 애틋한 삶을 카메라 렌즈에 담아낸 최민식님의 사진집이다. 백 장 가까운 그 흑백의 사진 속에서 나는 빨강이니, 파랑이니, 노랑이니 하는 것들과는 전혀 다른 온갖 종류의 색채들을 만났다.

그렇게 각각의 사진들을 5분씩 혹은 몇 시간씩 들여다보면서 가슴 뜨거운 삶과 해후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죽음과 맞부딪히기도 하는 등 인생군상의 요런조런 희로애락을 경험했다. 또한 내 스스로를 깊이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자신의 사진이 ‘배부른 자의 장식적 소유물’이 되는 것을 단호하게 거부한다는 저자의 말에서 느껴지는 진정한 작가정신과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사진 속 내 이웃들의 때 묻지 않은 순박한 모습이 나를 숙연하게까지 만들었던 것이다.

사람들마다 그 예민함의 경중은 조금씩 다르지만, 오감 중에서도 특히 더 민감한 감각이 하나씩 있다. 어떤 이는 그것이 시각일 수 있고, 또 다른 이는 청각일 수도 있고, 아니면 미각이 될 수도 있겠다. 난 대체적으로 소리에 예민한 편으로 보통 사람들은 적막하다고까지 느끼는 조용함을 즐기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그런지 음악도 주로 리듬이 무겁고, 비트가 느린 것을 찾는다.

이러한 성향 탓일까? 그림이나 사진을 고를 때도 입체감이 두터운 작품을 선호하게 된다. 그리고 시각이 그다지 민감하지 못한 나는 그림보다는 좀더 사실적이고 현장감이 더한 사진을 훨씬 좋아한다. 특히 그 중에서도 풍경사진을 즐긴다. 왠지 그림도 그렇고, 사진도 인물을 중심으로 한 경우에는 쉽게 동화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보도사진일 경우에는 예외이다.

처음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잠시 구입을 망설였다. 이 책의 저자인 최민식님이 주로 인물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작가라는 것을 언젠가 귀동냥으로 들었던 기억 때문이었다. 그러다 신문에서 서평과 함께 나란히 실린 작가의 사진을 보고는 당장 서점으로 달려갔다.

때로는 사진 한 장이 천 마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할 때가 있다. 바로 최민식님의 사진이 그렇다.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눈앞을 뿌옇게 흐트러트리고, 가끔은 영혼까지도 파르르 떨게 한다.

덧붙임; 각각의 사진마다 몇 줄씩 달려 있는 시인 조은님의 설명은 차라리 없었던 게 나을 뻔했다. 나에게는 그 짤막한 글조차도 사진이 갖는 본연의 모습을 멋대로 퇴색시키는 군더더기로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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