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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소리 - 나를 깨우는 우리 문장 120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옛 선인들의 문장은 언제나 내 안에 깊이 잠들어 있는 내면을 일깨운다. 그 어른들의 진솔한 삶과 꼬장꼬장한 정신이 묻어나는 글을 읽을 때마다, 때로는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하고 혹은 무릎을 탁 치기도 한다. 그러할 때면, 이런 것이구나‧그래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 일쑤이다.
<죽비소리>가 그랬다. 마치 한참 참선에 정진하다 잠시잠깐 여윈잠에 빠져버린 어느 탁발승의 어깨 위를 내리치는 맑은 죽비소리처럼, 이 책에 수록된 문장 하나하나가 내 속에 웅크리고 있던 그 무엇인가를 흔들었다.
게다가 <죽비소리>는 평소 북학파를 좋아하는 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책이었다. 형암 이덕무가 남긴 주옥과도 같은 문장이 제법 많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죽비소리>는 몇 번을 마음밭에 되새김하며 읽어도 좋을 책이다.
‘去年汝喪子 今年吾喪汝 父子之情 汝先知之 尙饗’
영의정 김전이 앞서간 아들에게 남긴 제문이다.
몇 해 전 망월동 국립묘역에서 마주했던 애틋한 비문이 떠올랐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아비의 슬픔을 아들아, 너는 모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을 가슴에 묻은 슬픔보다 더 큰 것이 또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