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풍경
마틴 게이퍼드 지음, 김유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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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비평가 마틴 게이퍼드의 미술 작품 탐방기를 그린 <예술과 풍경>. 전문적인 비평서라기보다는 저자가 미술 작품을 직접 두 눈으로 보기 위해 세계 각지를 여행한 기록에 가깝다. 저자는 루마니아, 이탈리아, 중국,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를 넘나들며 조각, 회화, 사진작가 등 작품과 작가들을 만난다. 웹 상에서 클릭 몇 번이면 어떤 작품이든 찾아볼 수 있는 시대에 오로지 ‘바로 그 작품‘을 ‘바로 그 곳‘에서 보고자 모험을 감행하는 저자의 모습은 ‘덕후‘의 형형한 의지로 가득 차 있다. 그렇지만 여행이 어디 쉽던가. 그는 생전 처음 가보는 곳에서 길을 잃고, 간발의 차이로 작품을 보지 못하며, 예정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미술관으로 향한다. 물론 독자로서는 더욱 친근하고 풍성한 글을 읽을 수 있어 즐거울 뿐이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은 저자와 예술가들이 나누는 대화다. 그동안 다양한 예술가들과 친근하게 교류해온 저자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는 베니스의 궁전에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를 만나 ‘퍼포먼스 속 거대한 예술의 에너지‘에 대해 논하고, 까다롭게 인터뷰하기로 유명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에게서 그가 직접 수정한 드로잉 북을 선물받는다. 저자가 상대방으로부터 깊이 있는 대답을 이끌어내면서도 결코 놓치지 않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의 분위기다. 어떤 환경에서 대화가 이루어졌는지, 예술가들을 직접 만나며 그가 받은 느낌은 어떠한지 같은 것들 말이다. 그는 지식을 뽐내거나 젠체하지 않고 독자를 대화가 이루어지는 바로 그 순간으로 끌어들인다.



예술은 지식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상의 경험이 아닌 실제 경험, 즉 실제 작품을 감상하고 실제 사람과 만나는 것이야 말로 가장 깊고 풍요로운 경험이다.‘(14p) 정말 그렇다. 작품을 만들 때 예술가가 서 있었을 바로 그 자리에 서 있는 경험은 절대로 대체될 수 없다. 또한 바로 그러한 경험들이야말로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겠나.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직접 원작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날이, 마음 놓고 공연장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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