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THICK - 여성, 인종, 아름다움, 자본주의에 관한 여덟 편의 글
트레시 맥밀런 코텀 지음, 김희정 옮김 / 위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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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엄청난 책을 어떻게 소개해야할까. 이런 책은 직접 읽어봐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여성, 인종, 아름다움, 자본주의에 관한 여덟편의 글’이라는 부제가 달린 <시크 Thick>. 저자인 미국의 흑인 여성 사회학자 트레시 맥밀런 코텀은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문장으로 사회적 통념과 정면 승부를 벌인다. 글 한 편 한 편이 걸작이다.

스스로의 사회적 위치에 의문을 던지며 시작되는 저자의 글은 흑인이자 여성인 독자들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적 약자들이 공감할만하다. 개인적인 경험에서부터 출발하는 그의 이야기는 곧 그가 속한 사회, 더 나아가 미국 전체의 이야기가 된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아름다움, 오바마 전 대통령과 ‘화이트니스’, 모든 유능함을 지워버리는 ‘블랙니스’ 등에 대해 주저없이 자신의 의견을 쏟아낸다. 그야말로 도발적이면서도 담백하고 대담하면서도 낙관적이다. 독창적이며 영리하기까지 하다. 어떻게 자기 연민이나 자기 혐오에 빠지지 않고 이토록 밀도있는 글을 써낼 수 있었는지 놀라울 정도다.

그 중에서도 앞에 실린 세 편이 유독 좋았는데, 특히 ‘아름다움의 이름으로’를 으뜸으로 꼽고싶다. 자본주의에서 아름다움은 여성에게 유일하게 용인된 합법적인 자본인데, 이 아름다움은 백인 여성만을 위한 개념이라는 것이 이 글의 골자다. 저자는 반대 의견들을 하나씩 무너뜨리며 자신의 논지를 이어가는데 중간중간에 사용된 표현들이 무척 인상적이다. 그렇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은 이 글의 말미에 있다.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려 있다고도 하고, 추하니까 추해 보인다고도 한다. 둘 다 거짓말이다. 추함은 아름다움의 이름으로 우리에게 가해진 모든 것이다. 그 차이를 아는 것이 자유로워지는 여정의 일부다.’(88p)

추천사에서 여성학자 정희진은 ‘필독과 필사를 권한다’고 썼다. 뉴욕 타임즈는 이 책을 두고 ‘우리 시대의 고전이 될 것이다’라고 평했다. 나 또한 위의 평들에 망설임없이 동의한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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