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천국 - 뉴욕, 런던, 파리, 베를린, 비엔나 잊을 수 없는 시절의 여행들
유지혜 지음 / 어떤책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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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이었다.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쌓여있었지만 나는 꼭 이 책을 당장 읽고 싶었다. 조금도 기다릴 수 없어 추위를 무릅쓰고 서점으로 달려갔다. 그날 저녁 읽기 시작해 이 책에 사로잡혀 있었던 날이 벌써 며칠이다. 500페이지에 가까워 읽어도 읽어도 읽을 페이지가 남아있는 것이 좋았고 또 아쉬웠다. 유지혜 작가가 스물 여섯부터 스물 아홉까지 4년간의 여행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쉬운 천국>이다.



뉴욕, 런던, 파리, 베를린, 비엔나. 누구나 한 번쯤 동경의 마음을 품어봤을 법한 멋진 도시들이지만 이 책에 그 멋짐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다.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빈티지 샵에 들러 여행자의 초상을 벗어버리는 사람, 호화스러운 숙소가 아니라 그 도시에 사는 친구들의 집에 머무르는 사람, 끊임없이 자신을 관찰하고 쓰는 사람의 일상과 생각들이다. 저자의 글에는 고유함이 있다. 그 고유함이 너무 멋지다. 누군가를 따라하며 나오는 멋이 아니라 스스로 체득한 멋이기에 고유한 것이겠지. 저자의 문장은 새롭고 독특하고 위태롭고 솔직하다. 그래서 자꾸 읽고 싶어진다.



저자는 수만가지의 결정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든 사람이 되었다고 말한다. 매일 집요하고 섬세하게 스스로를 기록하면서. 그러니까 <쉬운 천국>을 읽는다는 건 저자가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간 과정을 만나는 일이다. 나는 진정 나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스스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저자의 글을 조금이라도 읽고 나면 어김없이 노트를 펴고 나를 기록하게 된다. 누군가 끝없이 써내려간 기록이 누군가 끝없이 읽어내려가는 책이 되는 일은 영원히 반복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결국 모든 여행은 나 자신으로의 여행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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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서라면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작가님 인스타 속 글과 사진도 너무 좋고.. 1월 동안 작업책방 씀에서는 ‘작가의 책상‘ 전시가 있다고! 읽고 쓰고 경험하고 ‘잠시동안의 가난에 함부로 초라해지지 말 것(63p)‘, 자기 자신이 정하는 자기 자신만이 진짜 결과(176p)임을 잊지 말 것.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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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5 17: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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