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좋았던 시간에 - 김소연 여행산문집
김소연 지음 / 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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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공간에서 스스로를 독대하며 맞는 연말이 무섭다.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스스로의 본모습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달에는 한 해를 정리하고 다음 해를 준비하며 스스로의 부족함과 수없이 마주했다. 분명 잘 해낸 것도 있을 텐데 왜 실수한 것들만 눈에 쏙쏙 들어오는지. 도망치고 싶다는 말이 하루에도 몇 번씩 나온다. 보통 이럴 때 가장 좋은 해결책은 여행이다. 가보지 않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이라면 완벽하다. 나의 여행은 내가 내 편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스스로를 던지며 시작된다.



하지만 꼼짝없이 집에 붙어있어야 하는 요즘. 때마침 좋아하는 시인의 여행 산문집이 나왔기에 의지해보기로 했다. 김소연 시인의 <그 좋았던 시간에>. 시인이 지난 몇 년간 여행에 대해 쓴 글을 모아 묶은 산문집으로, 수없이 많은 도시들을 아주 느슨하게 여행한 사람의 기록이다.



여행에 대한 갈급함 때문에 읽기 시작한 책인데 어쩐지 한 장 한 장 읽어나갈수록 내게 필요한 것은 시인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지에서 친구들에게 엽서를 보내기 위해 하루를 다 쓰는 마음, 아무것도 아닌 장면을 오래 들여다보는 마음. 시인은 여행을 ‘우주를 독식하는 시간‘, ‘낯선 사람이 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익숙한 것을 다르게 보게 한다는 점에서 여행과 시(그리고 시인의 시선)는 닮았다.



연말을 맞는 나의 마음을 돌아본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아 불안하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고, 다음 해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한 나의 마음을. 일단 여행을 떠난 것처럼 집안 환경을 바꾸고, 마인드 세팅을 새로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새해가 코앞에 왔으니 ‘낯설게 하기‘ 딱 좋은 시기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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