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걸의 시집 -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꾸는 존재에게
은유 지음 / 서해문집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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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작가의 첫 책이자 절판된 지 5년 후 수많은 독자들의 요청에 힙입어 복간된 <올드 걸의 시집>. 이 책에는 ‘생이 기울수록, 시가 절실‘했던 날들 저자가 기댔던 마흔 여덟편의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40대이자 여성이자 엄마이자 아내이자 스스로 공부하는 사람이자 글 쓰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삶 또한 이야기한다. 그가 시를 통해 삶의 치유 불가능성과 고통과 폐허의 자리를 마주했던 날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연 이 책을 ‘삶과 시의 합작품‘이라 부를 만하다.



<올드 걸의 시집> 속 저자는 사는 일에 미련이 없다고는 하지만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이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읽고 쓰는 사람이다. 꿈 타래처럼 쉼 없이 풀려나오는 그의 문장을 정신없이 따라가며 읽었다. 삶 속에서의 오랜 사유 끝에 지어진 문장이어서일까. 남달리 다가오는 구절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시처럼 살다가 소설처럼 죽고싶다‘(97P)는 말, ‘사는 일은 가끔 외롭고 자주 괴롭고 문득 그립다‘라는 말. 재인용된 니체의 ‘창조하는 자만이 선악을 결정한다‘는 말은 어떤가.



또한, 왜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눈물이 났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고단한 삶, 끝이 보이지 않는 일상의 무한 반복, 계속해서 가중되는 생의 무게에 지친 이들이, 그러니까 ‘올드 걸‘로서 존재하는 이들이 책 속의 글에 더없이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또 다른 ‘올드 걸‘들의, ‘돈이나 권력, 자식을 삶의 주된 동기로 삼지 않고 본래적 자아를 동력으로 살아가는 존재, 늘 느끼고 회의하고 배우는 감수성 주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번뇌와 괴로움이 끝도 없이 이어질까 두려워 시집을 꺼내 들기 저어 되는 날들이 있다. 그러나 시를 읽는 것이 ‘고통과 폐허의 자리를 정면으로 응시‘(12p)하는 일이라면, 이 책을 읽은 지금의 나는 다시 시를 읽을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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