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이들
P. D. 제임스 지음, 이주혜 옮김 / 아작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영국의 추리소설가 P.D.제임스의 유일한 SF소설이자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의 원작소설인 <사람의 아이들>. 원래는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읽으려고 했는데 제자리에 꽂혀있지 않기에 이 책을 빌려왔다.



20년간 새로운 인간이 태어나지 않는 상태. 인류는 불임이 되었다.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지구멸망이 아닐까 간혹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 설정이 크게 비극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소설 속 세계는 황폐하게 그려진다. (그러고보니 소설 속 미래라는게 고작 2021년……. ) 소설이 총통의 사촌이기도 한 테오라는 대학 교수의 일기로 시작된다는 점이 재미있는데, 50세의 그가 과거를 회고하고 현재의 상황을 인지하는 태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저자의 글솜씨가 장난이 아니다. 이야기 설정보다는 문장을 읽는게 재미있어서 끝까지 읽었다.



어쨌든 소설 속 세계는 미래도 목표도 없이 늙어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세계가 달라질거라고 믿는 다섯명의 혁명가들이 등장한다. 이들과 테오가 접촉하며 일어나는 일들이 소설의 전부다.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일들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결말은 희망인지 또다른 불행인지 명확하지조차 않다. 사실 소설 속 인물들은 지지부진할 정도로 보통의 인간들이다. 혁명가라 자처하는 이들도, 테오도, 총통도 모두 범속한 인간에 불과하다. 생각해보면 그 점이야말로 이 소설에서 주목할만한 점인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소설과 사뭇 다르다고 한다.)



느리고 슬프고 장엄하게도 느껴지는 소설. 1992년 작품임에도 여전히 세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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