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옥타비아 - 2059 만들어진 세계 활자에 잠긴 시
유진목 지음, 백두리 그림 / 알마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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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너무 아름다워서 집중해서 읽고 싶은 책이 있다‘고 인스타 스토리에 적었었다. 그 책이 바로 유진목의 <디스옥타비아>다. 이 책은 시인 유진목이 옥타비아 버틀러의 세계 안에서 2059년의 ‘모‘가 되어 적은 일기이다. 우연의 일치로 때마침 옥타비아 버틀러의 소설을 읽은 뒤였기에 <디스옥타비아>의 세계에 더욱 속수무책으로 빠져버렸다.



2059년 미래. 24년간 함께한 ‘그‘를 잃은 모는 요양시설에서 몰래 일기를 써내려간다. 모의 일기는 역순으로 구성되어있다. 독자는 일기의 마지막장에서부터 첫번째 장으로 여행하게 된다. 점차 드러나는 이야기 속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맞춰가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아름다운 이유는 첫째로 모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며 끝까지 글을 쓰는 작가이기 때문이고 둘째로 ‘그‘를 향한 모의 사랑 때문이다.



‘자신을 살려두는 것 만으로도 살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는 내가 이 세상에 혼자인 사람으로 있지 않을 수 있도록 내 곁에 있었다‘ : 위와 같은 문장을 만났을 때의 두근거림과 희열이란. 진정으로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책은 오랜만이다. 백두리 작가의 그림도 글과 참 잘 어울렸다. ‘그‘가 없는 세계는 모에게 영원한 흑백일테니.



옥타비아 버틀러에서 유진목까지, 유진목에서 옥타비아 버틀러까지. 나에서 당신까지, 당신에서 나까지.



더욱 맑은 정신일 때 다시 읽고 싶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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