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 번의 생사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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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를 벗기고 나니 예상치 못한 색감의 안표지가 나와, 반전매력을 보여준 미야모토 테루의 <오천 번의 생사>. 몇 년 전, <환상의 빛>을 읽고 반해버려서 이 작가의 번역되지 않은 작품들이 너무 궁금한데 일본어를 배워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물론 아직까지 고민만 열심히 하고 있다. 작년 10월에 출간된 이 단편소설집까지 다 읽고 나니 절판되지 않은 그의 국내 번역서는 전부 읽어버린 셈이 되었고 나는 다시 일본어를 배워야하나 심각하게 고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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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 번의 생사>는 작가가 ‘죽음과 기억 그리고 삶’에 대해 써내려간 아홉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있다. 삶과 하나가 되어 늘러붙은 죽음과 절망의 모양을 미야모토 테루는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로 담담하게 풀어낸다. 극적인 사건도 해결도 없다. 하지만 문장들을 잘 들여다보면 어떤 위로가 보인다. 과거를 회상하는 인물들의 태도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소설들 속 결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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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로 꼽고 싶은 작품은 단연 표제작 <오천 번의 생사>. 사는 것 죽는 것 살고 싶은 것 죽고 싶은 것 다 별 거 아닌 것 같다. 별 거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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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천 번 정도가 아니야. 오만 번, 오십만 번, 아니 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나는 죽어왔어. 맹렬하게 살고 싶어진 순간 그걸 확실히 알 수 있지. 그 대신 죽고 싶을 때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일은 전혀 생각나지 않아. 수십만 번이나 다시 태어난 것을 알 수 없게 되는 거지.”

_〈오천 번의 생사〉에서


https://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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