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러가 좋아
주원 지음, 김택규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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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주인공은 글을 쓰는 남자이다. 그의 글은 대부분 섹스에 관한 내용이었고 그의 현실도 그 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시의 불빛에 떠밀려 그렇게 살아가던 어느날 아버지가 찾아온다. 그의 아버지 역시 그와 비슷한 구석이 있었기 때문에 부자는 성적 구원을 찾아 함께 도시를 떠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와 다른 시대를 산 사람이었다. 그는 욕망에 목이 말라 다른 것은 안중에도 없는 아들에게 최소한의 양심과 친취적인 것과 이상을 말한다. 하지만 아들은 그런 것들에 냉소한다. 그것은 아버지의 시대에나 생기있는 말들이었다. 그의 시대는 그런 복잡하고 귀찮은 것 따위는 이미 오래전에 장사치뤄 땅 속에 묻어버리고 앞으로만 내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변해가는 시대를 사는 아들에게 섹스는 스스로를 잃어버리지 않는 유일한 의식이었다.

 
“삶에서 성 말고 다른 건 없냐? 나는 정말 이해가 안 가는구나.”:
아버지는 원고 뭉치를 옆에 내던지며 고개를 흔들었다. 내 성에 화난 것이다.
“내 소설에 성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작가라면 사람들에게 뭔가 진취적인 것을 줘야 하지 않니? 이상, 목표, 민주주의, 자유 같은 것들 말이다.”
“아버지, 아버지가 말하는 그런 것들은 내 성 안에 다 있어요.” (p.64)
 

 하지만 이것은 나의 모든 것이라는 아들의 외침은 허무하게 끝났다. 그저 제자리에서 왔다갔다하는 허무한 몸짓에 불과했다는 듯이, 어느 여인과 밤을 보내고 늘어진 그는 여전히 허무한 것들의 중심에 서 있었다. 


가물가물한 의식 속에서 문득 나는 이미 지나간 오늘 하루, 내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아무 데도 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34세의 여자와 함께 허무의 중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끝내 다 마쳤을 뿐이다.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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