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솜이 예전 것과 틀리던데?
일요일 낮이었고, 동생과 나는 알라딘 중고 서점과 올리브영에 들른 후 집에 돌아온 참이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동생은 한 손에 비닐 봉지를 들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자신의 뺨을 쓸었다.
누나가 이번에 준 화장솜 말이야. 얇아서 불편해. 전에 것이 더 좋았어.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동생을 쳐다봤다.
몇달 전이었다. 주말에 집에 온 동생이 내방에 들어와서 스킨을 찾는다.
화장품이 뒤섞여 엉망인 내 책상에 혀를 끌끌 차더니 늘 하던대로 스킨을 손바닥에 톡톡 덜어 얼굴을 두들긴다.
난 동생 손을 잡았다. 그리고 화장솜을 뽑아 동생 손에 들려주고는 스킨을 적셔준다.
이렇게 해봐. 이렇게 하면 먼지가 닦이면서 피부 정돈을 할 수 있어. 그 뒤에 다시 스킨을 발라주는거야.
이걸 몇 번 반복하면 촉촉한 피부를 얻을 수 있지. 동생은 남자가 무슨 화장솜을 쓰냐며 질색한다. 하지만 난 거듭 말했다.
알고 있겠지만 넌 이번 생에 절대 미남이 될 수 없어. 그러니 노력해봐. 잠깐의 창피함을 이겨내면 피부 미남이 될 수 있어.
어차피 스킨 바를 땐 옆에 아무도 없잖아? 기숙사에서는 혼자 방을 쓰고 있고, 애인도 없으면서.
진지하게 말하긴 했지만 반 장난이었다. 하지만 동생은 설득이 됐다.
그래서 그 뒤에 벌어진 상황은 나 조차도 놀랬다.
그 날 숙소로 돌아가는 동생의 가방엔 내가 쓰던 각질 토너와 역시 내가 쓰던 화장솜 한통이 담겨있었다.
톡에 혼자 방에서 화장솜으로 얼굴 닦을 때 동료가 들어올까봐 걱정이 된다는 글을 필두로 각질 토너 다 썼는데 어디서 구입을 해야하느냐, 나는 화장솜 쓸 때 절반으로 나눠 쓰는데 그 걸로도 충분하다 따위의 글들이 올라왔다.
세안 후 얼굴을 화장솜으로 닦아내는 과정은 나도 상당히 귀찮아서 자주 생략하기도 했는데
동생은 진짜로 피부 미남이 되기로 할 작정이었는지 열심이었고, 결과물 또만 만족스러웠나보다.
화장솜이 다른 것은 맞아. 내가 말했다. 기존에 쓰던 건 프랑스제 천연 화장솜이야. 두껍고, 부드럽지. 비싼만큼 좋은거고.
이번에 산 것은 인터넷으로 화장품 살때 가격 맞추려고 산거야. 대용량이고, 싸고, 얇아. 그래서 잘 찢겼을 거야.
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동생과 난 말 없이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잠깐의 침묵 후에 내가 말했다.
일단 그거 쓰고 있어. 내가 프랑스제 구입해서 놔둘테니 추석에 가져가라.
원하던 답이었나보다. 이제는 진짜로 피부 미남이 된 동생이 온 얼굴에 가득 미소를 담고 말한다.
그것도 종류가 몇개 되는 거 알지? 네모난 거 말고 동그란 것으로 사. 뭐 남성용으로 알콜이 든 화장솜이 있다고 보긴 했는데 난 그런거 싫어하니깐 그냥 화장솜 사두면 돼. 꼭 동그란 것으로. 동생의 손에 들린 비닐 봉지가 유달리 달랑 거린다.
담긴 것은 러쉬사의 팩이었다. 당연히 동생 것이다. 유명한 팩인데 몰랐냐는 동생에게 난 실제로 몰랐지만 알은 체를 했었다.
현관문을 열고, 동생이 먼저 들어갔다. 뒤 따라가는 내 눈이 점점 더 가늘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