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천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인간은 공통된 감정을 가진게 아니다. 
그러니 어떠한 책이든 모든 사람을 만족 시킬 수는 없는 법. 
재미있다고 권해줘도  
지루해서, 무서워서, 어려워서, 사랑이야기가 아니어서, 진지하지 않아서, 심지어는 글씨가 많아서라는 
다양한 이유들로 
"어떤 책이 재미있어?" "재미있는 책 좀 추천해줘"라는 질문들은 
내가 제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으면서도 의외로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는 참으로 난감한 질문이다 
지루하지않고 무섭지도 않으면서 쉽고 진지하지 않는 사랑이야기에 글씨도 적은 책은  
요즘은 만화도 얼마나 심오한데!!  
그런 책은 나도 알고 싶으니 누가 좀 추천 해 주기를
갑자기 웬 추천 이야기일까?  
낮 잠을 자보려 이불 위에 누웠더니 눈에 들어오는 건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이 아니라 폭탄 맞은 것처럼 들쑥날쑥 튀어나온 책들이었다. 
이리 누워 자다간 조만간에 떨어진 책들에 코가 깨지지....
일어나 대충 튀어 나온 책들을 정리하다 보니 책장 구석에 여동생에게 추천을 해 주었지만  
본인은 그닥 재미를 못 느꼈다며 추천인을 뻘쭘하게 한 "크리스토퍼 무어"<더티잡>이 보인다.

 

 

 

 

 

 

 

 

 

   

 

책들 사이에서 <더티잡>을 꺼내 들었다.

이제는 색이 바랜 페이지를 넘기자니 갑자기 웃음이 터진다.

이 책은 처음 봤을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날 웃게 만든다.

표지만 봐도 이렇게 웃긴데...

여동생은 왜 재미가 없다고 한거지?

 

죽은 레이철의 아내이며 소피의 아버지인 찰리.

힘 있고 능력있는 알파 남성이 아닌 베타 남성인 그는

아내가 딸 출산후에 죽음의 사자로 부터 영혼이 거둬지는 것을 목격한다.

봐서는 안될 죽음의 사자를 보게 된 그에게 "죽음의 백서"가 보내지면서

(종업원이 가로채는 바람에 확인은 늦어지만)

정식으로 죽음의 사자가 되는데 뺏은 영혼을 먹고 힘을 키운 지하의 괴물들의 움직임에

진짜 죽음의 지배자 루미나투스인 딸 소피를 두고

자신을 루미나투스로 착각을 한 찰리가 괴물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타 다른 영혼이나 죽음의 사자를 다룬 소설과 별반 차이가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마련

웬지 미드 "데드 라이크 미" "리퍼"가 생각나기도 하는데

다행히 작가 크리스토퍼 무어는 별반 차이가 없는 문장을 쓰는 작가가 아니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소설이지만 진지하지 않으면서 진지한

시종일관 웃음이 잔잔하게 어쩔 땐 펑펑 터지면서도

마지막엔 마음이 한켠이 멍먹해지면서 눈물이 나는 

크리스토퍼 무어는 그런 글을 쓰는 작가였다.

작가의 글 센스는 책의 첫 문장에서 부터 빛을 발한다. 

 찰리 애셔는 수면 위를 걷는 개미처럼 땅 위를 걸었다.

 자칫 발을 헛딛기라도 하면 수면 아래 심연으로 빨려들어 곤두박질칠 것처럼 안달하면서

그는 신에게서 하사받은

 베타남성[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잘난 외모를 갖춘 엘리트인 알파 남성을 제외한 나머지 부류]다운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미래를 곁눈질하는 데 인생의 대부분을 소비했다.

그리고 첫장을 넘겨 딸 소피의 출산부터 웃음이 터진다.

"모두들 쉽게만 생각한다니까. 아기 손가락 발가락이 열 개만 되면 만사형통인 것처럼. 덤이 달려 있어도 괜찮나? 응? 보너스 손가락! 애한테 꼬리가 붙어 있으면 어떡하냐고!"

(찰리는 아내가 임신 6개월 당시 찍은 초음파 사진에서 꼬리를 봤다고 확신했다. 그건 탯줄이었는데도! 찰리는 아직도 그 인화된 사진을 보관하고 있다)

"꼬리 같은 건 없어요. 애셔 씨! 그리고 열 개에 열 개 맞아요. 우리가 모두 확인했어요. 댁에 돌아가셔서 좀 쉬시는 게 좋겠군요."

간호사가 설명했다.

"손가락이 더 달려 있다고 해도 난 여전히 애를 사랑할 겁니다."

"따님은 완전히 정상이에요."

"발가락도 괜찮아."

"이런 일은 저희에게 맡겨 두세요. 애셔 씨. 따님은 예쁘고 건강한 공주님이에요."

"꼬리는............."

ㅋㅋㅋㅋ 정말 작가의 센스는 책 구석 구석에 질릴정도로 보인다.

 어떻게 해서 책을 보게 되었는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어느님의 글에 달린 댓글에 댓글이었던 것 같은데

 작가 자체도 <더티잡>만큼이나 유쾌하고 엉뚱한 사람이어서

 옆에 올려진 사진 처럼 (더티잡 작가 소개란의 사진)   

 사진 자체가 엄숙한 차림의 제대로 된(?) 사진이 없다고 한다.

 페이스북이며 작가의 홈페이지 활동이 굉장히 활발하고

 독자들을 사랑한다는 글의 내용이 진실이길 바라며

 그가 쓴 또다른 소설이지만 장바구니에 지나치게 오래 담겨있는

 "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은

 예정에 없던 여행으로 벼락 맞은 자금 사정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는 대로 구입 할 생각이다.

                         

PS : 싫다고 해도 여동생은 자꾸만 책을 추천 해 달라고 한다.

       동생 취향에 맞는 가슴이 찌릿한 할리퀸과 같은 로맨스는 아는 게 없으니

       이것 저것 그나마 로맨스가 가미 된 소설을 추천 해 주기는 하는데

       죄다 자기는 별로.... 란다.

       뭘 어쩌라는 건지.

PS : 유쾌한 문장의 작가를 쓰고 나니 또다른 작가의 소설이 떠오른다.

       다니엘 페낙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

       오랫만에 다시 책장을 뒤져봐야겠다. 

PS : 글을 쓰고 작가 크리스토퍼 무어와 더티잡에 대한 검색을 했다. 

       웃. 재미를 느낀 사람이 의외로 적다. 

       이거봐 이거봐   

       인간은 공통된 감정을 가진 게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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