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문을 열자마자 알 수없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책들을 시골 작은아버지댁에서 가져왔는데
 

그 오래된 책들에서 나는 쥐 오줌과 곰팡이 냄새였다.

 

아버지는 연신 혀를 찬다.

 

작은 아버지가 책 관리를 잘 못해서 귀한 책들을 다 버려놨다는 건데
 

고서에 대해 잘 모르기에 봐도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지만
 

오물에 엉망이 된 책이 아까운 마음은 아버지와 같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는 거의 오년이 넘어간다.
 

살아계실때 글을 많이 읽으시고, 손수 책도 엮으셨는데 거기에 명필이셨다.
 

아버지도 지방 쓰는 거 보면 참 잘 쓰신다 생각했는데 
 

돌아가신 할아버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란다. (증조 할아버지는 더 대단)
 

나 역시 집안의 영향으로 철이 들기 전부터 서예 학원을 다녔었다. 
 

아버지 말로는 재능은 있는데 워낙에 내가 서예를 싫어해서 결국 흉내만 내고 말았다나 어쨌다나...
 

재능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지금도 그 배움은 가끔 써 먹을 때가 있더라 ㅋㅋㅋ

 

서두가 길었는데 
 

어릴때부터 명절에 할아버지댁에 드나들면서 찍어 놨던 것이 있었다.
 

바로 출판사 영의 "가정판 세계문학전집"
 

검색해보니 30권이 넘었던 것 같은데 할아버지 댁엔 채 열 권이 안 되게 책장에 꽂혀 있던 걸로 기억한다.
 

기억 나는 건

폭풍의 언덕
죄와 벌
전쟁과  평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여자의 일생


글씨를 읽기 시작 할 때부터 무엇이든 책이라면 무조껀 읽고 봤던 나이기에
 

책장에 꽂혀있던 한문투성이의 책들 중 삽화도 들어있고, 사진도 들어있던 전집이 너무 재미있었다.
 

초등학생이니 뭘 이해나 하고 읽었겠는가?
 

삽화 보는 재미로 대충 넘겨 보니 주인공 이름만 간신히 알 뿐이었다. 
 

할아버지 돌아가시면 내꺼라며 그렇게 떼를 부렸는데(할아버지는 모르는 사실이다. ㅡㅡ;;) 
 

돌아가시고 나서 정리하고 나니 책이 없단다.
 

작은 아버지가 다 팔아버렸다고 했을 땐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집에 와선 왜 그거 진작에 가져 오질 않았냐고 아버지게 대들기까지 했다.
 


그런데 오늘 
 

난 말 그대로 득템을 했다. 
 

오물과 책이 뒤섞인 곳에서 보인 가정판 세계문학전집이란 글씨
 

두둥 꺄악~
 


"폭풍의 언덕이다~~!"

 




 

다 팔았다 했는데 이녀석은 팔리지 않고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아아 한권이었지만 발견하고 얼마나 기쁘던지
 

어렸을 때 기억이 새록 새록 하다. 





 

 

 

 

 

 

 

  

(본문 들어가기 전 에밀리 브론테의 초상과 브론테 목사관, 에밀리 브론테의 자수, 데이비드슨의 그림이 들어있다) 

 

문학전집이라 하면 두꺼운 책에 좁쌀만한 글씨가 한 가득인 지루하기 짝이 없는 책을 상상했던 어릴때였기에
 

책 머리에 지은이의 실제 모습과 설명, 책 중간 중간 끼어있는 삽화와 배경이 되는 지역의 실제 사진
 

그리고 내용과 관련된 그 시대의 모습을 담은 명화들이 어린 눈에도 쉽게 책을 펼쳤던 것 같다.
 



 

 

 

 

 

 

 

 

 

 

 



초등학생이 보이엔 이해가 안되는 게 당연했지만
 

애들이 보이엔 무리가 있다 생각되는 장면엔 휙휙 책장을 넘겨주는 센스도 발휘 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들보다 떨어지는 기억력에 오랫동안 내용이 머릿 속에 담겨있진 않다.
 

나중에 직접 구입한 책으로 대충 끼워넣기는 했지만 그럼 뭘하나? 

 

그건 그렇고 추억이 담긴 이 책을 곁에 두려면 
 

수많은 시간 동안 햇빛에 노출시켜 견디기 힘든 오물 냄새를 지우던지 냄새에 익숙해지던지 둘 중 하나여야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솔직히
 

절대로 냄새가 지워질 일은 없을 것이라 단언한다.
 

그래서 냄새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할아버지 죄송해요.
 

그러기엔 너무 심하게 보관이 되었나봐요. 
 

노력은 해볼테지만 이건 좀 심하다 싶어요 ㅠㅠ




->바로 전에 끝난 MSL에서 이영호가 윤용태를 3:0으로 누르고 결승에 진출 했다.
        
   이영호가 유명한지는 "강민의 올드보이"를 통해 첨 알았는데
  
   몇번 경기를 지켜보니 
 
   (이름을 아는 게이머 경기만 본다. 모든 경기를 지켜 볼 정도로 팬심이 깊숙하질 않아서....)        
  
   웬걸  스타를 잘 모르는 내 눈에도 정말 잘하더라
    
   경기에 진 윤용태 눈물을 참다가 결국 뒤에서 닦아 내던데 
   
   승자가 패자가 결정되는 승부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중에 그 눈물이 승리의 눈물이 되길 바라며 모두에게 박수를  ^^ 


-> 기아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 2:2 상황에서 잠깐 간식 가지러 간 사이에 4:2가 되었다.
        
     망할 간식 
 
 
 
  
 
 
 
 
 
 
 
 
 
  배꼽 시계는 타이밍도 기가 막히다. 
  
  현재 4:2 기아 리드 상황에 넥센 마지막 공격인 9회초
  
  원 아웃 주자 1,3루 상황 투수는 기아 마무리 유동훈 
  
  난 지금 화장실 너무 가고 싶은데 가질 못 하고 있다 ㅠㅠ

  
  타이거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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