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품격 -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고양시에서 광진구까지

지하철로 왕복할 생각에 얼마 남지 않은 읽던 소설 대신에,

아직 한 장도 읽지 않은 이 책을 들고 길을 나섰었다.


그런데 너무 훌훌훌 읽어지는 바람에,

편도로 가는 중에 이미 거의 다 읽어 버려서

돌아오는 길은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하며 읽어나갔다.

(다행히 버스로 귀가하여 어처피 더이상 읽지 못하였다.)


일러두기에서 작가님이

이 책을 단숨에 내달리기보다, 산책하듯 찬찬히 거닐어 달라고 일러두셨는데,

그만 내달리고 말아서, 죄송하다.


소설과 만화에 길들여진 내 독서는

뒷 이야기가 궁금하여 빨리빨리 읽어버리고만다.


또, 이 책은 줄간격도 여백도 넓다.

아마 그곳이 생각을 위한 공간인 것 같다.

이렇게 훌훌 읽어지는 책이라면,

34쇄나 팔린 김에.

시집들처럼 미니 버전으로 출판해서

다독을 권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표지와 제목도 예뻐서 미니버전이 나오면 잘 팔릴 것 같다.


시작이 반이라듯이,

이 책은 제목과 그 존재가 반 인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이런저런 주의사항들을 다 외우지 못한다고 하여도,

발화 전에 '말의 품격'이란 단어를 한번 생각하기만 한다면,

훨씬 향상된 언어생활을 하게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면에서 다시한번, 미니버전이 출판되어

사회 여기저기에서 표지를 보여주기를 희망해본다.


내용은 사실 그렇게 감격적이지는 않았는데,

사실, 품격이라는 것이 몰라서 없는 게 아니기 때문인가 싶다.

인용문들이 좋았고,

다시한번 조금더 자세히

언어생활에 대해 배우고 반성해보는 시간이 되어서 유익했다.


물론,

그렇게 이 책을 읽다가 도착한 모임에서도

1도 실천하지 못해서 돌아오는 길에 자괴감이 들었지만 말이다ㅎㅎ


012 목차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092
"설교가 20분을 넘으면 죄인도 구원받기를 포기한다"
-마크 트웨인

092-093
얼핏 맞는 얘기 같지만, 자세히 보면 쓸모없는 말만 늘어놓는 태도와 경향을
‘TBU(true but useless)‘라고 한다.
사실인 것 같기도 하고 또 그럴싸하지만, 언어의 분량에 비해 견질 것이 없다는 얘기다.

099-100
말에 두려움이 담겨 있으면 불현듯 공포가 엄습하고
재미가 있으면 눈길을 끌어당긴다.
그뿐이랴.
꿈이 가득하면 종종 가능성이 뒤따라오고
말 한마디에 사랑이 녹아 있으면 언젠가 사람이 다가온다.

137
이덕무, 박제가와 함께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문인 성대중이 당대의 풍속을 엮은 잡록집인 <청성잡기>에 이런 글귀가 나온다.
"내부족자 기사번 심무주자 기사황".
"내면의 수양이 부족한 자는 말이 번잡하며 마음에 주관이 없는 자는 말이 거칠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말은 품성이다.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다.

192
편견의 감옥이 높고 넓을수록 남을 가르치려 하거나 상대의 생각을 교정하려 든다.
이미 정해져 있는 사실과 진실을 본인이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상대의 입장과 감정은 편견의 감옥 바깥쪽에 있으므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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