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글과 한수정 작가의 그림이 만나 품에 끌어안고 싶은 작품이 되었다. 찬찬히 바라본 풍경이 새로운 인상으로 다가오듯이, 이 에세이에서 저 시로 넘어갈 때마다 느낌이 깊어져 생각이 되었다. 생각은 뒤에 온다. 느낌은 아주 살짝 빠르다. 이 감득하기 어려운 차이가 어떤 뒤틀림을, 원래 없던 공간을 만든다. 그 공간을 채우며 나는 언제나 동시에 살기를 갈망한다. 이러한 소원도 느린 것이지만 나는 안다. 생각으로 느낌을 말할 수 없음이 나를 목마르게 하고 동시에 목을 축여주기도 한다는 것을.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을 읽으며 생각이 닿기 전 느낌이던 찰나를 다시 본 듯했다. 그런 찰나에는 영원을 먹이는 생명이 있다. 나는 잠시 빌려온 영원을 언제고 되돌려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지금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