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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인류 - 균은 어떻게 인류를 변화시켜왔나
박한선.구형찬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평점 :
이 책에서는 감염병에 관한 다양한 진화의학적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은 병원체의 진화가 아닙니다. 그에 대한 ‘우리의 적응 혹은 부적응’입니다. 바로 기나긴 감염병과의 전쟁을 통해 빚어진 인간의 신체 그리고 정신에 관한 진화병리학적 설명입니다.
- 1장 감염병과 우리 안의 원시인
연일 COVID-19, 코로나로 인해 바뀐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우리가 궁금한 건 COVID-19의 향방 그 자체라기보다 그 영향 아래에 있는 우리 삶일 것이다. 박한선 신경인류학자와 구형찬 인지종교학자는 그 답을 '새로운 과거'와 '오래된 미래'로부터 찾고자 한다. 그들은 1장에서 4장까지 '무엇을 아는지 또 무엇을 모르는지' 짚어가며, 감염병과 면역의 공진화적 역사를 조명한다. 5장부터 8장까지는 인류의 독특한 면역체계, 감염균과의 싸움을 통해 얻은 인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 모든 과거를 지나 9장과 10장에서는 현재와 미래를 다룬다.
감염과 관련된 강력한 불안과 두려움, 공포, 강박의 심리적 반응, 그리고 혐오와 배제, 차별의 사회적 반응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감염병 자체보다 더 막대한 피해를 가져온,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The worse angels of our nature)입니다.
- 에필로그 어두운 미래
COVID-19라는 이름의 의미, 역사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세번의 팬데믹, 행동면역체계로서의 혐오 등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대'를 위한 '소'의 희생처럼 쉽게 아래로 흐르는 고통에 관한 부분이었다. 이미 국가주의적 혐오반응, 도매금으로 이루어지는 배제, 취약집단으로 향하는 차별 등 다양한 형태의 악이 도사리고 있다. 저자들은 이를 잘못된 대상에게 활성화된 행동적 알레르기라 칭하며, 고통을 어떻게든 의미화하며 한계 이상의 아픔을 감내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고 말한다. 희망을 잃지 않는 상상력으로 감염병과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 모두에게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성 높은 정보와 속 깊은 주장 속에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 책이었다. 길을 잃어버렸다 느낄 때에도 어쩌면 길 위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