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눈동자 안의 지옥 - 모성과 광기에 대하여
캐서린 조 지음, 김수민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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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그저 주어진 것처럼 '나'는 나이다.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때가 있긴 하지만, 보통은 그 물음이 영혼의 뿌리를 쥐고 흔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삶에 온점이나 느낌표를 찍지 못하고 물음표를 찍는 사람들이 있듯이 '나'에 대한 의문이 사그라들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캐서린 조 역시 산후정신증을 겪으며 산산이 흩어진 자기 자신의 조각을 모아야 했다. 모아진 것들을 다시 엮어내며 그 진의를 의심하기도 했다. 자아는 연속성에 큰 빚을 지는데, 그녀는 아들을 낳고 3개월 뒤에야 자신이 정신병원에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속적인 자아는 순간을 의미보다 이미지로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캐서린 조는 잃어버린 기억을 위해 훨씬 전의 과거를 되짚으며 다시 의미의 세계에 속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이 기록은 생생한 감각으로 가득 채워져있다. 살아있음을 감각하기 위해 그녀는 지금 속해있는 병원의 풍경을 기록하며 괴로운 과거를 직면한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자신과 같이 흘러갈 수 있도록 투쟁하고 있다.

 

 캐서린 조는 비참이나 절망보다 의지의 언어로 『네 눈동자 안의 지옥』을 썼다. 계속 걷는 것, 그리하여 불행의 문을 박차고 바깥을 호흡하는 것. 우리가 그를 자유라고 부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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