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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편지 - 죽음을 통해 풀어낸 더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
신정일 지음 / 판테온하우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월하노인 통해 저승에 하소연해
내세에는 우리 부부 바꾸어 태어나리
나는 죽고 그대만이 천리 밖에 살아남아
그대에게 이 슬픔을 알게 하리.
1842년 제주에 유배중인 추사 김정희가 부인의 부음을 받고 절망과 슬픔 속에서 지은 시다.
슬픔은 인간의 본성이요, 시공을 뛰어넘어 존재한다.
목 놓아 울고 났을 때 맑은 정신과 해방감을 느끼기도 하며,
개인은 물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선지 아름다운 글 중엔 기쁨보다는 슬픔을 표현한 경우가 많다.
문화사학자 신정일의 《눈물편지-죽음을 통해 풀어낸 더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은
이처럼 옛 고전에 실린 수많은 선인들의 이별과 죽음, 그리고 그 뒤에 밀려오는 슬픔에 관한 글 77편을 묶은 명문선집이다.
슬픔은 인간의 본성이요, 시공을 뛰어넘어 존재한다.
목 놓아 울고 났을 때 맑은 정신과 해방감을 느끼기도 하며, 개인은 물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선지 아름다운 글 중엔 기쁨보다는 슬픔을 표현한 경우가 많다.
문화사학자 신정일의 《눈물편지》는 이처럼 옛 고전에 실린 수많은 선인들의 가난과 이별, 죽음,
그리고 그 뒤에 밀려오는 슬픔들에 대한 글 77편을 묶은 명문선집이다.
특히 77편의 글 중에서도 윤선도가 어린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며 쓴 <눈물은 수저에 흘러내리고>,
박지원이 큰누이의 죽음에 통곡하며 쓴 <검푸른 먼 산은 누님의 쪽진 머리 같고>,
김일손이 둘째 형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 뒤 쓴 <떠도는 생은 한정이 있으나 회포는 끝이 없어>는 저자가 꼽은 ‘애절함이 극에 달한 명문’이다.
강가에 말을 세우고 강 위를 바라다보니, 상여의 명정은 바람에 휘날리고, 뱃전의 돛 그림자가 물 위에 꿈틀거렸다. 그러나 기슭을 돌자 나무에 가려 다시는 볼 수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강가의 먼 산들이 검푸른 것이 마치 누님의 쪽진 머리 같았고, 강물 빛은 누님의 화장 거울과 같았으며, 서쪽으로 지는 새벽 달은 누님의 고운 눈썹 같았다. 이에 누님의 빗을 떨어뜨렸던 일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연암 박지원에게 있어 큰누이는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였다. 어린시절 부모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누이가 갑자기 죽고 만다. 연암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을 느끼며 위와 같이 통곡했다.
이밖에도 아들 면의 죽음에 목 놓아 통곡하는 이순신, 남편 사도세자가 죽임을 당한 그날을 그리는 혜경궁홍씨, 아들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그린 여류 성리학자 임윤지당 등등. 우리가 위대한 거인들로만 알고 있었던 여러 인물들의 사사롭고도 애달픈 정과 사랑, 인간적 모습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저자는 “슬픔은 시공을 뛰어넘어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슬픔과 눈물이라는 공통된 감정을 통해 어제와 오늘을 이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슬픔이 있어 더 아름다운 옛사람의 문장을 느끼고 싶다면, 아니 쓸쓸한 가을날 그저 목 놓아 울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