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밥장 지음 / 한빛미디어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가 주는 느낌이 우유맛 아이스크림이어서 어떤 내용의 책일까 하고 궁금해하면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목차와 저자의 인사말을 보면서 글씨가 작아 지루하지는 않을까, 딱딱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본문 첫장(정말 첫번째 페이지)을 읽는 순간 제 얼굴에 미소가 머금어 졌습니다. 저자는 글을 정말 재밌게 쓰고 있었습니다. 한줄 한줄 읽어내려가면서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기대되었습니다. 필체가 읽기편한 수준을 넘어가 정말이지 필자의 성향과 경험이 생생하게 담겨져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감정이 살아있는 솔직한 필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형식적이고 격식을 차린 말이 아닌 있는 그대로 직설적이고 상투적인 표현으로 생각을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말 리얼하게 마음속에 와닿는 표현들과 적나라하게 표출된 어휘들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 때문에 읽는 맛에 감칠감이 있어 질리지 않고 이책에 점점 빠져드는것도 같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표현이 너무 생동감을 주었고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져서 마치 밥장님으로부터 직접 강연을 듣는 것 같았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라는 직업에 대해 책의 내용을 토대로 요약해보면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컨셉트에 대한 이야기 또는 아이디어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그림으로 표현하는 저작자라고 정의를 내려볼 수 있습니다. 단, 그림을 그리기 위한 표현수단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캔버스와 유채물감이 아닌 마하펜, 크래파스나 색연필로도 그릴 수 있습니다.

프리랜서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기관리는? 고객관리는? 자산관리는? 여기서 자산은 금전적인, 물질적인 부동산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가 작업과정에서 얻어지는모든 데이터가 자산입니다. 종이에 그린 그림은 고해상도로 스캔을 해둔다고 합니다. 감정관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고객과의 전화가 안끊어졌는데 상대방을 낮추어 말한것을 듣게 된다면? 면상에다대고 욕을 한 후에 후회해도 소용없다고 합니다.

회사라는 울타리에 있을때와 홀로 영업할때는 다릅니다. 정말 냉혹한 현실입니다. 회사에서 영업할때 만나주던 거래처들도 회사를 보고 만나준 것이지 영업사원을 보고 만나준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필요한것은 회사와의 거래였습니다. 회사에 있으면 안전하고 모든게 잘돌아갑니다. 마치 내가 실력이 아주 뛰어난것 같습니다. 그러나 착각입니다.

누가 누구에게 알려주는 비밀, 성공하기 위한 몇가지 방법, 어느 연령대에 꼭 해야할 일 몇가지 등등 이러한 책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정말 핵심적이고 중요한 내용들을 번호로 부여해 짦막하게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외국서적을 번역한 책인 경우도 많고 그런 경우라면 우리나라와 문화적 정서적 차이가 있어서 이해는 되더라도 적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읽을때면 "그렇지 그렇지 정말 중요한 내용이야" 하면서도 막상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고, 독한 마음을 가지고 실행하지 않아 시간이 좀 지나면 금새 내용을 다 잊고 궁극적인 인생의 목표인 성공과는 점점 멀어져만 갔습니다. 저는 항상 그런책을 읽을때는 마음에 와닿을것 같으면서도 손에 잡히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오래기억에 남지도 마음으로 이해도 결국 잘 안되어 실천은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아주 정확한, 리얼한 사례가 없기 때문인것도 같습니다. 더구나 그 사례를 설명하면서 앞뒤가 없고 중간만 있으면 그 이야기가 실제 있었던 일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글의 맥락이 끊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달랐습니다. 이책은 저자의 경험담을 통해 생생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인생경험담을 요약해서 그대로 옮겨놓았기 때문에 어떤상황에서 왜 이렇게 해야하는지 한 단어만 가지고도 감탄사가 나옵니다.

책의 구성부분에서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LESSON', '작업현장에서'와 '실무자와의 인터뷰'입니다.

전반부에서 등장하는 주제별로 저자의 메시지가 담긴 짧막짧막한 챕터와 각챕터의 마지막에는 키포인트 같은 'LESSON'이 있습니다. 각 챕터의 핵심이자 성공을 위해 꼭 행동으로 옮겨야할 필수사항들 입니다.

실전프로젝트에서 등장하는 '작업현장에서'는 저자만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정말 중요한 구성요소입니다. 실제 경험을 통해 이럴때는 어떻게 해결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 좋은 정보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실무자와의 인터뷰'에서는 어떤 경위로 밥장님에게 일러스트를 의뢰하게 되었고, 왜 밥장님을 선택했는지, 어떤 그림을 원했는지,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 같이 일하면서 느낀 점과 평가, 다른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당부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밥장님에게 의뢰한 고객들의 한결같은 평은 철저한 납기와 가격책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라고 합니다(개인적으로는 실제 필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참 다양한 볼펜들이 그림을 그리는데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꾹꾹눌리는 필기감이 좋아 노트로 몰스킨을 주로 사용하고 필기용으로 사용할때는 고시생들이 좋아하는 마하펜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책에 줄을 그을때는 우디 색연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런 펜들은 제게는 극히 평범한 필기구들 입니다. 0.28mm 의 펜부터 색연필, 마커까지 누군가에게는 글자를 적는 필기구에 불과하지만 선과 면을 표현함으로써 일러스트레이터에게는 훌륭한 그림으로 표현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각 펜의 특징과 용도에 대해 정말 꼼꼼하게 잘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는 책 중간 중간에, 실전프로젝트에서도 그 효과가 자세히 나옵니다(저는 그림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림을 다양한 재료와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유니볼, 로트링 라피도그래피, 유리전용물감, 마커, 아크릴 물감, 캘리그래피 잉크, 오일 파스텔, 색연필, 페인트 마커 등. 같은 그림이지만 다양한 재료로 표현할 수 있고 그림이 벗겨지지 않도록 혹은 잘 그려지도록 바탕에 특별한 처리를 할 수도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되었습니다).

실전 프로젝트에서는 의뢰받은 작품의 종류별로 구분해서 설명합니다. 책의 표지, 영화포스터, 벽화 등. 영화포스터의 경우 포스터속 그림요소들은 티켓, 카탈로그, 현수막, 기념품 등 다양한 곳에 쓰일 수 있습니다. 매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제작 재료도 선보입니다. 그 작품만을 위한 새로운 시도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작업내용을 협의할 때 제작기간과 단가를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하는데 이부분에서 왜 전반부에서 가격을 책정하여 객관적으로 어떻게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는지 그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실전프로젝트에서는 고객으로부터 프로젝트를 접수받은 경위, 견적내기, 작업방식 결정, 납기까지의 작업과정 동안 실제 어떻게 작업을 했는지 일목요연하게 요약해서 보여줍니다. 또한 의뢰받은 기획안에 따라 작업방식도 결정됩니다.

자신을 알려야 일거리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프로젝트를 의뢰한 고객은 다른 일러스트레이터의 조사와 함께 밥장님의 항상 변화를 추구하고 섬세하면서 모든것을 담아낼 수 있어서 선택했다고 합니다. 웹사이트 검색등을 통해 기획자가 구상하는 작품에 적합한 일러스트레이터를 찾고, 직접 의뢰하는 방식이지요. 저자는 일기를 쓰듯이 하루에 한번씩은 블로그에 포스팅을 한다고 합니다. 작업내용을 일목요연하게 기록할 수 있고 책으로 출간될때 원고로도 사용될 수 있는 미리 정리된 훌륭한 자료인 셈이지요.

저자는 포토샵을 사용해 색을 입힌다고 합니다. 라인 드로잉 결과를 스캔하고 그 밑그림을 포토샵으로 색을 입히는 것이지요. 살아있는 색채감을 원하면 전부 수작업으로 한다고 합니다. 작업과정에서 얻어지는 중간결과물들은 반드시 스캔을 하고 PSD 파일의 레이어들로 나누어 저장해둡니다. 레고처럼 조립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하는 목적과 재사용을 위한 목적도 있지만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작품을 의뢰한 디자이너를 배려하기 위함입니다. 예를들면, 라인만 그려서 완성하고 스캔해 둡니다. 색을 칠한뒤에 디자이너가 이 색을 바꾸기는 매우 어려우니까요. 수정사항이 생길 수 있으므로 중간과정에서 생산된 결과물들을 보관해 디자이너를 배려하고자 한 것입니다. 표지, 포스터등의 디자인은 협업으로 이루어 집니다.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그림의 밑그림만 재사용될수도 있습니다. 색상이 변경될수도 있는 것이지요. 레이어로 각 구성요소를 나누어서 나중에 레고처럼 조립이 가능하도록 PSD 파일로 넘겨주면 다른 디자이너가 작업하기 정말 좋다고 합니다. 다른 이를 배려하는 밥장님의 업무스타일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전반부에서 밥장님의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재탄생과정과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알 수 있었다면, 후반부의 실전프로젝트에서는 고객이 의뢰한 작업과정을 정말 상세하고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간접체험이 되었습니다.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어떻게 아이디어를 떠올렸는지 등 일러스트레이터가 보내준 작업 결과물이 실제적으로 어떻게 사용되고 다른 형태로 활용이 될 수 있는지, 협업을 항상 중요시해 조립가능한 레이어 형태로 보내준다고 했습니다. 완성된 작업파일을 보내주고 피드백식으로 몇번의 수정이 오고갑니다. 그리고 일정과 가격협의 과정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금액을 책정하는데 있어서 당당하게 요구해야하는 프로로서의 자세의 중요성을 알려줍니다. 정말이지 책을 읽는 내내저자의 강의를 들으면서 그당시의 작업현장을 간접 체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팁: 이메일로 반드시 작업내용을 주고 받아야 합니다. 최초 의뢰는 전화로 받더라도 반드시 내용을 정리해서 이메일로 다시 보내달라고 해야 합니다.

♡ 문득 책에 줄을 긋고 싶어졌습니다. 볼펜으로는 줄은 그어봤지만 색연필로는 이번에 처음 그어봤습니다. 저자처럼 그림에는 재주가 없지만 그 느낌을 따라해보고 싶었습니다. ♡
 

책속의 한마디:
 - 고객과 작업내용을 협의할 때 꼭 알아두자: "양보란 지는게 아닙니다. 자신의 주장을 완전히 접는 것도 아닙니다. 상대방의 의견을 인정하고 제 영역 안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걸 만드는 일입니다."
 - 자신만의 견적기준을 정해놓자: "저는 돈 이야기 잘 못해요. 제대로된 클라이언트는 언제나 예산과 일정부터 잡습니다. 그런데 돈 이야기를 제대로 못 꺼내는 일러스트레이터를 만나 이 사람 참 순수하다고 생각할까요? 아니면 견적도 못 내는 일러스트레이터하고 끝까지 일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할까요?"

(참고)밥장님의 블로그 - http://blog.naver.com/jbob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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