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편의 안부 인사
하명희 외 지음 / 강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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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기다리기 위해 들른 ‘차방책방’에서 고른 책. 사실 이곳에 오기 전, 알라딘 중고서점에도 잠시 있었는데 그때 중고로 나온 이 책을 봤었다. 문학분야는 주로 좋아하는 작가님들 책만 읽는 터라 식견을 넓히기 위해 단편 모음집 책도 틈틈이 챙기다보니 눈에 들어왔다. 읽고 싶었다. 조해진 작가님을 무척 애정하기도 하고 강영숙 작가님의 <라이팅 클럽>을 참 재밌게 읽기도 했다. 북스타그램을 통해 알게된 작가님들의 글도 읽고 싶었다. 하지만 앞으로 2시간 정도는 책 읽으며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그곳이 마땅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이동한 ‘차방책방’에서 다시 이 책을 만났다. 운명처럼 책을 펼쳤다.

<여덟 편의 안부 인사>는 그동안 두 권의 테마 소설집을 낸 강출판사에서 출간한 테마 소설집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시기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건네는 안부 인사가 되길 바라며 펴냈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 속 인물들도 어떠한 ‘공백’이라는 기나긴 터널을 지나는 모습이다. 잊고 지냈던 것들을 다시금 돌아본다. “혜영의 안부 인사(조해진)”의 혜영은 소설가를 꿈꿨지만 ‘소설이 삶보다 시시할 수 있(53p)’음을 깨닫고 난 후 쉽사리 글을 쓰지 못했다. 작가가 되기를 열망했으나 작가가 되지 못한 삶. 언젠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라는 희망이라는 터널. 혜영은 ‘우리가 어떤 과정 속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 맞느냐고’ 묻지만, 이내 ‘어떤 일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그 시간이 문장으로 남을 수만 있다면 사는 건 시시하지만은 않겠지’라고 말한다. “기억의 왈츠(권여선)”에 등장하는 ‘나’는 어느 날 오로지 자신에 대한 연민과 자학으로 보낸 시절을 떠올리며 무력감에 빠진다. 아무것도 아니었다 여기며 내버려뒀던 것들이 실은 그 무엇보다 간절히 원했던 것임을 되돌아 보며 어두운 터널을 서서히 빠져나온다. “남산식물원(강영숙)”의 은수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알면서도 외면했던 시간들을 되돌아본다. 재개발 지역처럼 언젠가는 모든 것이 무너지고 새로운 것들이 들어서겠지만, 과거의 것들은 ‘모두 푸른색으로 녹아버려 피사체의 형체조차도 알 수 없는 사진들(274p)’이 되겠지만 은수는 가만히 그것이 있던 자리를 올려다 본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어쩌면 작가들이 건넨 안부 인사는 내가 아니라 내 안의 돌봄이 필요한 이야기를 향한 게 아닌가 싶다. 바쁘다고, 괴롭다고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돌보아주길 말이다. 안팎으로 돌봄이 필요한 시기다. 나도, 당신도 스스로에게 깊숙한 안부 인사를 건넬 수 있길.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나은 일상이 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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