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생애 소설Q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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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이라도 자신의 완벽한 생애를 꿈꿔보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 이 책은 꿈꿔왔던 완벽한 생애가 조금씩 틀어지고 무너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그중의 화자는 윤주, 미정, 시징이다. 방송국PD를 꿈꾸던 윤주는 되지 못한 꿈에 가까워지기 위해 방송구성작가가 되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왔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보다 위치를 평가하고 있음을 알게되자 일을 그만두고 정의로운 법조인을 꿈꿨으나 해결되지 않은 마음의 짐으로 법조인의 길은 포기하고 그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던 미정은 자신이 꿈꾸던 생애를 살고 있는 문영을 마주하자 하던 일을 정리하고 제주로 떠난다. 시징은 자신이 꿈꿨던 사랑을 갑작스레 잃자 공허함 속에 사랑한 이의 발자취를 찾아 떠난다. 꿈꿔왔던 완벽한 생애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벗어나고 싶지 않았지만 그럴수록 이루지 못한 ‘완벽한 생애’는 그들을 더욱 조여온다.


카페에서 읽는데 계속 눈물이 나서 혼났다. 그동안 꿈꿔왔던 생애와 지금의 모습이 너무도 달라져 있는 건 비단 그들만이 아니었으니까. 내 삶은 왜 이럴까 하며 대상 없는 원망을 쏟아냈었다.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윤주와 미정, 시징처럼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책 속 누군가는 말한다. 우리 모두는 여행자라고. 이 행성에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일 뿐이라고. 윤주는 깨닫는다. 나는 그저 생애에서 필연적인 과정을 밟고 있는 것뿐이고 그것은 각자가 하고 있는 여행인 것이라고. 나는 좌절했음에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고 모른 채 했왔다. 이제서야 그들을 보면서 나는 내가 꿈꿨던 나의 ‘완벽한 생애’에 대한 좌절을 인정했다. ‘완벽한 생애’에 도달하지 못해 괴로워하던 나를 연민하게 되었다. 나는 이 행성에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자이고, 내 앞에 놓은 생애는 내가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나의 여행일뿐임을, ‘완벽한 생애’란 건 없음을 깨닫는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완벽한 생애>에서도 제주 제2공항건설 문제, 홍콩 민주화 시위, 군대 내 성소수자 차별 문제, 부실공사로 인한 사망사고 등 사회 문제들이 등장한다. 뉴스 기사 한 줄로 지나쳤던 사건들, 그 사건들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쉽게 여겼던 기사 한 줄은 누군가의 삶이었음을 깨닫게 만든다. 화자가 바뀌면서이야기가 진행되는 점도 그렇고 사회문제가 주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점도 그렇고 작가님의 전작 <여름을 지나가다>가 생각나기도 했다. 사회문제에 대한 작가님의 계속적인 관심에 감사하다.


<단순한 진심>으로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 뒤로 단독 저서 단행본이 두 권이나 더 출간되었다. 그것도 자작년에만 두 권이다. <환한 숨> 출간 후 강연회로 작가님을 처음 뵈었고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생각보다 빨리 <완벽한 생애>를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작가님 지금 어디서 무얼 하시는 진 모르겠지만… 건강이 허락하신다면 이 속도로 출간 부탁드립니다! (진지한 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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