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 이주여성의 귀환 이후, 한국 사회가 답하지 못한 것들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48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엮음 / 오월의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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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한국에서 이주여성으로 살다가 본국으로 귀환한 여성들의 이야기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이주여성에 대한 각종 차별과 권리 침해만으로도 충분히 아득한 문제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들이 귀환 이후 겪는 어려움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동안 이주여성 문제를 남들 만큼만, 보여주는 만큼만 관심가져왔기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다. 그런 나에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이주여성의 삶의 단면이 아닌 삶 자체를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었다. 덕분에 ‘이주’의 문제를, ‘여성’의 문제를 좀 더 넓은 관점에서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조사팀이 필리핀, 몽골, 태국 현지에서 귀환여성들을 만나 이주 이전의 삶과 한국에서의 이주생활, 귀환 이후의 삶을 듣고 기록한 책이다. 각기 다른 조건에서 한국으로 이주했던 여성들은 만연한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가부장적이고도 성차별적인 문화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그 어려움은 귀환 이후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 어려움을 예상하지 못했다기보단, 귀환 이후의 삶을 알지 못했다는 말이 더 맞겠다. 조사팀의 노고 덕분에 가려져 있던 목소리를 만날 수 있었다.


이주 이전과 이주, 귀환 이후 삶 전체를 이어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주민도 아니고 여성도 아닌, ‘이주여성’이라는 특정한 범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주여성은 한국으로 이주한 여성이면서도 여성으로서 한국으로 이주한 이주민이다. 그들이 겪는 문제는 단순히 ‘이주여성’이라서 그들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 이주한 이주민으로 겪는 문제와 여성으로서 겪는 문제가 중첩되어 나타난다. 복합적인 정체성과 그로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이해하지 않고 이주여성 문제를 들여다본다면, 그들의 문제는 특정되고 대상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귀환한 여성들은 한국 국적의 남편의 동의를 얻지 못해 이혼하지 못한 상태로 살아가야 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단체에서 지원하고 있으나 공식적인 지원절차가 있다기보단 단체 활동가의 역량으로 해결되고 있었다. 아이를 출산한 경우 양육비를 요구하기까지 복잡한 절차와 비용이 들었다. 설령 그 과정을 모두 통과했더라도 남성이 모른 채 하면 그만이었다. 인터뷰를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그들이 처해있는 문제에 대해 정부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조금만 귀를 기울이기만 했어도 여성들이 귀환이후에 제도적인 어려움에 처하진 않았을 것이란 점이다. 그들은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들이 처해있는 어려움에 대해선 모른 채 했기 때문에 정부가 조금만 들여다보기만해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임에도 온전히 개인이 책임지며 살아가야 했다.


여전히 귀환이주여성들은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순히 시혜적인 입장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말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되었던 이주민이자 여성인 이들의 목소리와 그들이 처해 있는 문제를 드러내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은 책들을 읽을 때마다, 그들을 통해 나의 세계가 넓어짐을 느낀다. 나 혼자서는 만날수 없었던 그와 나를 이어준 저자이자 인터뷰어가 참 고맙다. 이번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 힘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나 또한 그 힘의 영향력을 전하고 싶단 마음이 들었다. 간단해보이지만, 섬세하고 엄청난 에너지를 요하는 작업인 인터뷰. 언젠간 그 작업을 해보고 싶다. 단면으로만 남아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길고 깊게 이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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