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무얼 부르지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4
박솔뫼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란색 얼음 같은 표지. 책을 읽기도 전에 서늘할 것만 같았는데, 그 느낌이 맞았다. 서늘하다. 스릴러의 서늘함과는 다른 서늘함. 혼자 남겨진 자의 서늘함이었다. 


 책은 총 7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독특하게도 연작처럼 느껴지는 단편이 각각 두 편씩 총 네 편이고 새로운 이야기가 세  편이다. 일곱 편 모두 독창적인 매력이 가득해 마치 각기 다른 작가가 쓴 글처럼 느껴진다. 형식도 그렇다. 작가마다 고유의 문체가 있지만 그것이 이질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그러나 박솔뫼 작가의 문체는 때론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이야기를 생생하게 묘사하는데 있어서 문체가 하나의 장치화 되기 때문이다. 독특한 경험이다. 독자가 느끼는 낯설음 마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장치다.


 책을 펴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첫 번째 단편 ‘차가운 혀’는 마치 공중파에서 쉽게 보기 힘든 단막극 같다. 보는 이로 하여금 편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공중파 드라마들 사이에서 단막극은 친절하지 않은 상황과 독특한 인물들이 등장해 낯설게 느껴지는데, 마지막에 가서는 묵직하게 감정을 건드는 점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화자는 술집 주방에서 일하는 남성이다. 그에게 행위는 어떠한 의미도 가지지 못하는 듯하다. 그는 우울하며 우울은 염세주의가 되어 그를 감싼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는 사람이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설명해야한다면 ‘차가운 혀’와 같을까.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는 사람도 결국엔 사람임을.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 한다는 것은 이미 무엇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임을 말이다. 종국에 가서 그는 그저 인정받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던 인간이었음을 느낀다. 그때부터 연민이 시작된다.


 다른 단편들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대부분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놓인 불안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니, 불안하고 외롭기 때문에 스스로를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놓이도록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가둔 사람들. 어쩌면 당신의 인생에서 모르고 지나쳐도 상관 없을 사람들. 박솔뫼 작가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는다. 마치 자신이 그 사람인 것처럼. 그래서 책을 읽고 있자면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박솔뫼 작가의 글을 빌어 내 앞에 드러난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나는 그 글을 읽으며 그 사람이 된다. 그 경험은 작가는 그 사람들과 나를 이어주는 무당 혹은 메신져 같다고 생각되어질정도로 생생하다. 역지사지. 아무리 이상한 사람이라도, 나와는 상관 없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본다면 이해하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나의 연민은 그곳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있던 연민은 불안하고 외로운 나에 대한 연민으로 이어지면서 나의 깊숙한 감정을 건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