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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세계가 머리 속에서 생겨나는가
마르틴 우르반 지음, 박승억 옮김 / 북피아(여강)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에픽테토스는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그 사물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과 생각이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은 인간이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대해 '적시'한 명제였다.
우리는 세상을 '바라본다.' 이것은 실제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현대과학은 인간의 두뇌가 '상'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언어이다. 언어는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인간의 특징이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이 틀 속에 자신을 가두고 그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온 세상은 무대이며 모든 여자와 남자는 배우일 뿐이다'라고 한 세익스피어의 말처럼,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배역을 만들고 또 그렇게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마르틴 우르반은 이러한 '상'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구속하는지에 대해 몇가지 실제 예들을 들어 보여준다.(물론, 그의 설명도 일종의 상에 기반한다.) 그 중에서도 종교와 정치에 대해 그들이 어떻게 하여 권위를 얻으며, 그것을 유지하도록 하는지에 집중한다.(저자는 신학자이다.)
결국, 우리는 도를 깨우친 '선승'들의 경지에 다다르기 전까지 이 모든 것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할 말은 많지만, 결국 또다른 상 속에 갇히는 것이므로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