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책들의 도시 - 전2권 세트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여기에는 바로 '꿈꾸는 책들'이 있었다. 그 도시에서는 고서적들을 그렇게 불렀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장사꾼들의 눈에는 제대로 살아 있는 것도 그렇다고 제대로 죽은 것도 아니고 그 중간인 잠에 빠져 있는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책들은 사실상 과거에 존재했다가 이제는 소멸을 앞두고 있었으며, 그래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부흐하임의 모든 책 서가들과 상자들, 지하실들, 지하무덤들 속에는 그렇게 졸고 있는 책들이 백만 권, 아니 수백만 권에 달했다. 오직 무언가를 찾는 수집가의 손에 의해 어떤 책이 발견되어 그 책장이 넘겨질 때만, 그것을 구입해서 거기에서 들고 나갈 때에만 그 책은 새로이 잠에서 깨어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있는 모든 책들이 꿈꾸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1권. p49~50)"

확실히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라니, 그러면 이 책은 살아있는 책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꿈을 꾸는 책들에 대한 이야기일까? 이런 호기심이 들었던 것인데, 이 책은 대출 인기가 높았던 터라 도서관에 빌리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려야만 했다.(날짜와 정황을 따져보니, 내 바로 앞에서 빌려갔던 사람이 영란양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책을 빨리 읽고 반납해 준 영란양에게 먼저 감사를 드린다. 아니면 말고.)

처음 책을 찾았을 때 나는 두 권이라는 사실에 조금 당황했다. 이 두꺼운 두 권의 책을 읽는 데 시간을 할애해야하는 위험을 감수할만한 것인지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차례가 돌아왔고, 나는 책을 손에 들고 있었다.

이 책은 책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하지만, 책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책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지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의(사실 그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인물'들이 아니다. 이 책에는 '인간'이라는 종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모습과 생각, 그리고 행동, 책을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거대한 음모와 순수한 마음들, 그리고, 책에 대한 집착, 좋은 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고민, 좋은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무언가, 뭐, 이런 것들이 잡다하게 들어있다.
이 책은 일종의 모험소설이며, 환상소설이고, 성장소설이면서, 공포소설이고, 삽화가 곁들여진 우화이다.

어쨌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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