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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무진, 무진에 대한 기억은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다. 무진은 비일상적이고 신비로운 곳. 현실과 동떨어진 어떤 곳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리 나쁜 곳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처음 이 소설의 첫머리에서 주인공이 무진으로 들어가게 될 때, 나는 그저 무기력한 일상 속에 있는 한 소시민의 모습을 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한 예측은 정확히 맞았다. 아니, 정확히 맞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처음 몇 장을 읽다가 나는 불현듯 화가 치밀어 나도 모르게 욕지기를 하며 책을 집어던져 버렸다. 처음 몇 장을 읽었을 뿐이었다. 주인공이 처음 학교에 들어서는 장면이었으니... 그리고 그 이후에 더욱 불쾌한 느낌을 받게 될 거라는 예감 때문에 그리고 그러한 불쾌함을 견디기 힘들어서 나는 한동안 이 책을 버려둔 채로 잊으려 애썼다.
하지만, 책장에서는 '도가니'라는 제목이 마치 펄펄 끓는 솥단지에서 부글부글 김을 피어올리듯 신경을 거스르게 하는 무언가가 자꾸만 나의 눈을 자극했다. 몇 달인가를 모르는척 지나치다가 결국 하는 수 없이 책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보아온 수많은 픽션들이 우리가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세상을 바꾸어 보여주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억지로 눈을 돌리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편안한지를 보여준다...
불편한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는 친절하지도 읽는 사람을 배려하지도 않는다. 아니 오히려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도록 의도되어 있다. 욕지기가 입안을 맴돌고 두 눈에 핏발이 서고, 가슴은 답답해진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이다. 결국 나는 그 속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안도할 수 있을까?
아니다. 나도 결국은 마음 한구석에 가해자의 한숨을 가지고 있는 것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