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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왜 바흐를 좋아할까? - 우리가 정말 몰랐던 식물의 사생활
차윤정 글,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저자가 식물이 자살충동을 느낀다느니.. 바흐의 음악을 좋아한다느니.. 기록하기를 좋아한다느니.. 물리학의 천재라거나 경제학 전문가 또는 손자병법을 익힌 전술가라고 서술하는데에서부터 난 옛날 플라톤이 말한 '종족의 우상'을 느꼈었다. 그저 생존하는 것일 뿐인 모습을 호들갑스럽게 인간인 양 바라보는 모습들이 그랬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작가의 식물에 대한 집중이 대단하며 단지 식물에서 다른 '인간의 모습'을 보려고만 한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온실의 식물들은 주인이 매일 쓰다듬어주면 일찍 꽃을 피운다고 한다. 이것은 주인의 애정에 보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쓰다듬는 행위가 식물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어 일찍 생을 마감하고자 꽃을 피우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식물이 자살하는 것이다.
꽃을 피우는 행위는 식물이 최대의 목적인 생식을 위해 고도로 집중하고 노력하는 행위이므로 식물에겐 그것이 마치 포유류가 새끼를 낳는 고통과도 같다고 식물학자이자 산림생태학자인 저자는 말한다.
책안에 아주 의미있는 분석이 있었는데.. 식물의 생식행위를 바라보는 관점에서(이것은 동물이나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도 적용되는 것인데) 생식의 기본 원칙은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유전력을 찾아 후손에게 물려주는것이고 더 나은 유전력을 가진 배우자를 찾는 일이며 후손의 미래를 위한 투자행위이라고 말한다.
그렇기때문에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근친상간을 하나의 죄악으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근친끼리는 유전학적 다양성을 확보할 수 없으므로 다양한 부계의 유전학적 다양성을 섭취하여 종족의 질적진화를 이루는 방편이라는 것이다. 동일한 유전자를 갖는무리는 다같이 망하거나 다같이 살아남게 되지만 서로다른 유전력은 서로다른 적응력을 가짐으로써 다같이 망하는일은 없으며 결국 개방사회가 갖는 이점을 식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분석인데 매우 흥미로왔다.
작가가 직접 촬영한 칼라도판과 함께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