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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그대의 사명은
폴 투르니에 지음, 홍병룡 옮김 / IVP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폴 투르니에가 1979년에 펴낸 책이다. 그렇다면 내용적으로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쯤이 된다. 아니 전체적인 내용은 1960년대의 분위기다. 2004년에 우리나라에 번역되었는데, 시기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한마디로 저자는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상호보완적이라 한다. 당시로서는 이 사상이 어느 정도 진보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기본적으로 '성역할론'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서술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남성은 이성적인 반면, 여성은 감정적이다. 여성 특유의 자질을 살리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서 당시의 뇌과학 이론까지 인용한다. 좌반구는 본석적, 언어적인데 비해 우반구는 비언어적이고 공간적이다. 그래서 여성들의 경우 전문적인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이 적다. 좌반구와 우반구에 관한 뇌이론은 최근 연구에서는 거의 인정받지 못한다. 약 20년 전부터 뇌과학이 부쩍 발달했기 때문이다(그렇지만 뇌과학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레이첼 카슨의 예를 드는 것을 보고는 더 이상 책을 읽을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의 책 [침묵의 봄]은 환경운동의 씨앗을 뿌린 위대한 책 중 하나다. 당시 엄청난 문제를 일으켰던 DDT를 비롯한 화학약품의 폐해를 몇 년에 걸쳐 낱낱이 조사하고 생생하게 리포트한 책이다. 많은 남성 과학자들이 엄청난 비난을 했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공론화함으로써 결국 승리했다. 그런데 저자는 이에 대해 감정이라는 여성의 은사를 통해, '여론을 민감하게 만들고 여론을 불러 일으킨 사람'으로 폄하한다.
전체적으로 여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여성의 감성적인 면만 부각하고, 그에 맞춰 활동하는 것이 맞다는 한계성을 드러낸다. 지금 읽기에는 너무 옛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