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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걷는 길
김기석 지음 / 포이에마 / 2014년 12월
평점 :
이 책은 한 교회에서 30년 동안 사역한 저자가 안식의 기간 동안 이탈리아, 터키, 조지아(그루지야), 아르메니아 등에 있는 교회와 수도원 등을 순례하며 영성의 시간을 가진 기록이다. 단순히 40여 일의 유럽 여행기라 하기에는 지그시 무게감이 느껴지고, 그렇다고 철학서나 비평서라 하기에는 에세이 같이 큰 부담없이 읽히는 미묘함으로 다가온다.
그는 1980년대 초 양성우 시인이 낭송한 김수영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다. 피를 토하듯 울부짖는 “모래야 나는 얼마나 작으냐 / 바람아 먼지야 풀아 / 나는 얼만큼 작으냐”라는 대목에서 허를 찔린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날 많이 아팠다고 고백한다. 아직도 그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저자는 길을 찾기 위해 멈추지 않을 뿐이라고 스스로 위안한다.
책을 읽는 내내 그의 예술적 안목과 문학적 감수성에 빠져들게 한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문학적 향기도 맡을 수 있다. 그러나 순례길 곳곳에서 우리나라 교회의 현실을 아파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영성의 끈을 놓치지 않는 신앙인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오랜만에 참으로 ‘괜찮은’ 책 한권을 읽었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 《흔들리며 걷는 길》 || 저자인 김기석 목사는 청파교회 담임목사이면서 문학평론가이다. 깊이가 있는 글쓰기로 기독교문학의 새로운 층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은 책으로 《삶이 메시지다》 《오래된 새 길》 《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 등이 있다.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1, 2》 / 공지영 / 분도출판사
《일상순례자》 / 김기석 / 두란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