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삼촌
현기영 지음 / 창비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여명의 눈동자> 마지막 시퀀스가 제주에서 벌어졌다. 하지만 그게 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고딩때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읽었지만 <순이삼촌>은 알게 된 것 조차 지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4.3을 당췌 모르고 자란 건 아니다. 대학때 친한 후배가 제주 출신이어서 그 후배의 할망에게 들었던 얘길 또 자세하게 전해들었었다. 후배는 내가 광주를 말할때마다 제주를 말했다. 제주는 광주보다 더 오래전 얘기여서 그랬는지, 바다 건너 얘기여서 그랬는지, 도리어 더 실감이 안 나서 그랬는지 나는 광주가 더 급했다.

신씨네에서 광주에 대한 영화를 정지영 감독님과 함께 기획도 했었고, 그러다보니 광주는 알면 알수록 더욱 큰 분노가 일었었다. 그런데 제주에 대해서는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던 것에서 그닥 발전이 없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제주에 여러번 가고, 가서 4.3 박물관을 가고, 그렇게 제주가 나의 공간이 될 예정이고. 그러니 난 결혼하기 전에 결혼과 관련된 책을 읽었던 것처럼 한가득 쌓여있는 제주에 대한 책들을 읽어대겠지. 그 첫번째가 이 <순이삼촌>이다.

단편소설 몇 개가 엮여 있는 소설집은 영 익숙하지 않은데(소설 자체에 별로 익숙치 않은 걸수도 있고. 그게 짧으면 더 그렇기도 하고..) 한 권 내내 제주 그 때의 이야기여서 한 달음에 씩씩대며 읽었다. 제주 사람들의 괸당 문화도 그렇고, '육지것들'에 대한 거부반응의 기원은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여당도, 야당도 아니고 그저 우리 동네 사람이라면, 아는 사람이라면 찍는 그들의 이상한(!) 선거행태 마저 이해 할 수 있었다. 밤에는 공비에게, 낮에는 경찰에게 시달리고 죽었던 그들이 믿을 사람이라고는 얼굴 아는 사람 밖에 없었을 테니.. 그리고 고민에 빠진 건. 내가 쉽게, 농담처럼, 저들을 비아냥거리기 위해 내뱉는 '빨갱이'란 표현이 제주사람들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입에 붙은 그 표현을 제주로 가기전에 떼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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